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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인간 속으로 스며드는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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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인간 속으로 스며드는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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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프랑스 파리에서는 해마다 가을이면 '살롱도톤(Salon d'Automne)'이라는 이름의 세계적인 미술 전시회가 열린다. 1903년 시작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1922년 살롱도톤전에 '현대적인 도시'라는 제목의 도시계획안이 출품됐다. 300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거대하고 혁신적인 계획안이었다. 현대적인 아파트의 개념이 처음 담긴 이 혁신적 계획안을 제출한 주인공은 당시 파리에서 활동하던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1887~1965)다.


르코르뷔지에는 자신의 도시계획안을 '시트로앙 주택(Maison Citrohan)'이라고 불렀다. 시트로앙은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 시트로앵(Citroen)의 이름을 변형한 것이다. 르코르뷔지에는 집이 자동차 같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집이 자동차처럼 편리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무엇보다 표준화·규격화해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르코르뷔지에는 집을 '살기 위한 기계'라고 불렀다. 당시에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집을 잃은 난민이 많았다.


르코르뷔지에는 '현대 건축과 도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혁신가'로 불린다. 프랑스의 '롱샹 성당(1954)' '라 투레트 수도원(1961)' 등 평생 12개 나라에서 75개 건물을 지었다. 그의 '본캐'는 건축가이지만 '부캐'로 미술가·조각가·작가이기도 했다.


그는 회화 400여점, 드로잉 8000여장, 조각 작품 44점을 남겼다. 출간한 책은 34권에 이른다. 그는 아침에 그림을 그리고 낮에 건물을 짓고 밤에 글을 썼다. 그래서 '미켈란젤로에 비견되는 놀라운 재능을 지닌 예술가'라는 평도 받는다.


르코르뷔지에는 1930년 결혼했지만 아이를 갖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많아 아이를 돌보는 데 시간을 뺏길 수 없었다. 그는 하루 20시간씩 일했다.


아르떼에서 출간된 '르코르뷔지에'는 건축으로 삶을 바꾸고자 한 르코르뷔지에의 행적을 따라간다. 글쓴이인 신승철 강릉원주대 조형예술·디자인학과 교수는 프랑스 동남부 해안의 시골 마을에 있는 르코르뷔지에의 무덤을 찾는 것으로 여정을 시작한다. 르코르뷔지에는 아내를 먼저 보낸 뒤 자기 묘를 직접 디자인했다. 신 교수는 위대한 건축가의 마지막 흔적에서 인생과 예술의 단면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기대와 달리 르코르뷔지에의 무덤은 공동묘지에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실용적이었다. 르코르뷔지에는 자신을 진짜 지중해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지중해를 사랑했다. 그는 지중해에서 수영하던 중 죽음을 맞았다. 무덤은 햇살 아래 지중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있다.


르코르뷔지에의 무덤 다음으로 신 교수의 발길은 그의 고향으로 향한다. 스위스의 산간 마을 라쇼드풍. 르코르뷔지에의 아버지는 시계 장식가, 어머니는 피아노 선생님이었다. 어린 시절 미술에 재능을 보인 르코르뷔지에는 아버지처럼 시계 장식가가 되려 했다. 하지만 미술학교에서 만난 스승 샤를 레플라트니에의 조언에 건축가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17세에 고향에서 자신의 첫 주택 '빌라 팔레'를 디자인했다.


르코르뷔지에는 빌라 팔레를 지어 번 돈으로 1907년 9월부터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여행했다. 여행은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로 이어지고 1911년 봄 독일 드레스덴에서 출발해 발칸반도, 소아시아, 그리스, 이탈리아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오는 동방여행에 나섰다. 이후 파리에 정착했다.


신 교수는 르코르뷔지에의 여정을 충실히 따라가며 그가 추구한 예술혼을 추적한다. 시트로앙 주택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집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공간을 선보여 건축의 대량생산과 표준화를 가능하게 했다.


르코르뷔지에가 추구한 건축의 규격화는 천편일률적인 주거 공간과 비인간적인 도시환경으로 인한 인간 소외의 원인이 됐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신 교수는 이러한 비판이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르코르뷔지에는 누구보다 건축을 통해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고 감동을 주고자 했던 건축가였다. 그래서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집을 주기 위해 주택의 규격화를 추구했고 더불어 사는 삶을 기대했다고 신 교수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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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뷔지에/신승철 지음/아르떼)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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