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폭락 영향에 장초반 코스피 2.6%, 코스닥 3.75% 하락
개인투자자들 자금 밀려들면서 하락폭 상당부분 만회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미국 증시 폭락에 국내 증시도 하락했다. 그러나 3~4%대 하락한 미국 증시에 비해서는 양호한 수준의 조정을 보였다. 장 초반 가파른 하락을 보이는 듯 했지만 개인들의 자금이 밀려들어오면서 낙폭을 줄이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5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71% 떨어진 2354.50을 기록했고, 코스닥지수는 1.89% 하락한 857.56을 나타냈다. 코스피가 2332.68로 2.64%, 코스닥지수가 841.37로 3.75% 급락 출발했던 것에 비하면 하락폭을 상당부분 만회한 수준이다.
개인의 순매수 영향이 컸다.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은 317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87억원, 2389억원어치씩 내다판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일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58조5500억원)이 유입되며 1500 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던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의 환급금이 이날 반환됐는데 이중 일부가 증시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의 공모금액은 지난 SK바이오팜의 40% 수준인 320만주(768억원)지만 청약 증거금은 당시 31조원을 훌쩍 상회, 청약 환급금이 58조원 규모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른 투자자예탁금도 60조원을 돌파하는 등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기술주 조정은 위험자산선호심리의 일시적 위축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높지만 그간 과열분을 식혀주는 기간조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날 코스피 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 15개가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낙폭은 1~2%대에 그쳐 기간조정 전망에 힘을 실었다. 삼성전자(-1.42%), SK하이닉스(-1.78%), 네이버(NAVERㆍ-1.62%) 등은 2~-4%대 하락세로 장을 시작했지만 이후 낙폭을 줄여나가 -1% 수준에서 조정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를 이끌겠다며 발표한 '뉴딜펀드'(한국판 뉴딜사업 지원) 및 '뉴딜지수'에 포함되는 업체들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효성중공업(20.19%), 씨에스윈드(18.10%), LS(16.92%), 더존비즈온(14.55%), 한화(12.37%), 한화솔루션(10.94%) 등 그린뉴딜과 연관되는 소위 '모멘텀'이 있는 업체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미국 증시 폭락에 대해서 '일시조정 vs 민스키 모멘텀(금융위기가 도래하는 시점)' 등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서는 추세 하락보다는 9월 기간조정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 폭락은 다소 과도한 상승 이후의 반작용으로 해석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며 "너무 많이 오른데 따른 상승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더 커진데 따른 신경질적인 반응"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국내 증시는 중장기적인 상승 흐름은 지속될 수 있지만 9월 단기 조정이 올 수 있다면서 이번 조정을 비중확대 기회로 활용하는 게 낫다고 진단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8월말 조정을 통해 기술적 과열을 먼저 해소한 상태로 볼 수 있다"면서 "더불어 주요국 제조업 지표 개선이 최근 두드러지고, 환율과 금리 시장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음을 감안한다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