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받는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주장을 뒤엎는 법정 증언이 잇따라 제기됐다. 최 전 총장은 앞선 3월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은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난 적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이와 상반된 증언들이 나온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증언의 신빙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판단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서는 조 전 장관이 청문회 준비 당시 해당 의혹의 사실관계를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 교수 측엔 유리한 진술이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동양대에서 조민 봤다"… 재판부는 위증죄 경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27일 진행된 정 교수의 속행 공판에는 최 전 총장의 조카 이모씨가 변호인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과거 동양대에서 카페와 식당을 운영하면서 최 전 총장과 마찰을 빚은 인물이다. 지난해 9월에는 지인과 함께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 전 총장과 지역 야당 정치인간 연루설이 포함된 녹취록을 일부 공개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씨는 이날 표창장 의혹과 관련해 정 교수에겐 유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변호인 신문에서 그는 "2012년 여름 조민이 동양대에서 어머니인 정 교수의 일을 돕고 있었다"고 했다. 당시 조민의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봉사활동하는 아이들을 인솔하고 원어민 교사들과 수업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조씨가 동양대에서 영어 봉사활동을 했다는 취지의 증언이었다.
이씨의 증언은 검찰 주장은 물론 최 전 총장의 진술과도 상반된 내용이다. 검찰은 동양대 인문학영재프로그램에 조씨가 튜터(강사)로 참여한 적이 없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표창장이 위조라고 판단, 정 교수에게 사문서 위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최 전 총장도 앞서 진행된 정 교수의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조민이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씨의 증언은 이어진 검찰 신문에서 신빙성이 흔들렸다. 검찰 측은 인문학영재프로그램이 진행된 기간과 이씨가 조씨를 봤다는 시점이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문학영재프로그램은 2012년 1월 개설돼 그해 8월 폐강됐는데, 여름에 조씨를 봤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조씨가 튜더로 참여한 인문학영재프로그램은 원어민 교사가 있는 강의가 아닌 점도 근거로 댔다.
이씨는 그런데도 자신의 기억이 맞다고 주장했다. '2012년 7월부터 인문학영재프로그램은 개설되지 않았는데 조민이 동양대에 와서 원어민 교사들과 수업내용을 이야기한 것이 확실한 기억인가', '인문학영재프로그램에 참여한 영주지역 중고등학생들을 인술하고 다닌 것을 본 게 사실인가' 등의 검찰 질문에 이씨는 "네, 맞습니다"고 답했다.
이씨가 근거가 빈약한 증언을 계속하자 급기야 재판부는 "증인에게 위증죄 경고를 한다"며 "객관적 사실, 기억과 다른 내용을 말하면 위증죄로 처벌 받을 수 있으니 잘 생각해서 답하라"고 고지하기에 이르렀다. 이씨는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이후 진행된 신문에서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를 본 시기에 대해 불분명하게 대답하자 재차 재판장으로부터 "연도가 얼마나 중요한 건데 모른다고 하나. 잘 듣고 대답을 해야지"란 질책을 받기도 했다.
"최성해 '윤석열과 대통령·조국 상대 싸운다' 말해"
이씨는 최 전 총장에게 불리한 증언도 상당수 했다. 최 전 총장은 "검찰 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는데, 이씨는 이날 "최 전 총장으로부터 '윤석열과 밥을 먹었고 조국은 장관하면 절대 안된다. 난 윤석열과 최고 지도자(문재인)를 상대한다. 너도 잘못하면 구속시키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변호인이 '검찰 조사 당시 다른 동양대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받은 학교나 사무실 등에서 조사를 받은 것과 달리 최 전 총장만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받는 이유'를 묻자 "밥 먹고 모의한다고 들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최 전 총장이 윤 총장과 유착해 의도적으로 조 전 장관을 공격했다는 주장이다.
이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기 2, 3일 전 최 전 총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도 했다. 통화에서는 최 전 총장이 자신과 정 교수 사이를 이간질했다고 주장했다. "정경심 교수가 널 모함하는 말을 했다. 네 형의 청첩장을 정경심 교수에게 전했는데 '어디 싸가 없는 게 이런 청접장을 보내'라고 하더라" 등이 이씨가 전한 통화 내용이었다.
이씨는 변호인이 '최 전 총장이 지역 깡패를 시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나만 협박한 것이 아니라 형이 운영하는 가게로 가서 행패를 부렸다"고 했다. 또 "최 전 총장이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동양대 교직원들을 불러 진술 내용을 확인하고, 정 교수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았을 경우 역정을 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이씨는 "최 전 총장이 최교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후임으로 총선에 출마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도 했다. 모두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나온, 최 전 총장에겐 불리한 증언들이었다. 이씨는 "2017년 동양대 식당 계약이 파기된 뒤 최 전 총장과 사이가 멀어졌다"고 했다.
검찰은 이런 변호인의 질문 중 이 사건 공소사실과 상관 없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 측은 "이씨가 최 전 총장에게 협박 받았다는 내용이 질문에 들어가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최 전 총장이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윤 총장과 밥을 먹었다'는 이씨의 진술에 대해서는 "최 전 총장은 그런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고 강조했다.
김미경 "조국, 가족펀드 의혹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오후 공판에서는 지난해 조 전 장관의 청문회 준비를 도운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교수가 받고 있는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에 대한 심리를 위해서였다. 김 비서관은 당초 지난 6월18일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당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이날 법정에 서게 됐다.
김 비서관은 2017년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조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론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합류해 신상 문제에 대응하는 팀의 총괄 역할을 맡았다. 김 비서관은 지난 1월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으로 내정됐다.
검찰은 이날 조 전 장관이 청문회 당시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질문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김 비서관은 검찰 의도와 다른 증언을 내놓았다. 그는 "사모펀드와 관련해 새로운 의혹이 나올 때마다 자신뿐 아니라 조 전 장관도 난처해 했다"며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의혹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펀드 운용사 업무에 관여한 사실, 출자한 펀드의 투자자가 처남 정모씨 등 가족으로만 구성된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김 비서관은 지난해 8월21일 처남이 사모펀드 투자자라는 사실을 처음 보고받은 조 전 장관이 충격을 받아 '정말이냐'고 되묻기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처남의 출자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들통난 것에 놀라 그렇게 반응한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김 비서관은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와 관련해 청문회 준비단 내에서 사실관계를 낱낱이 조사하자는 건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런 건의를 조 전 장관이 묵살하고, 오히려 당일 언론에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허위 해명을 하도록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내용은 조 전 장관의 공소장에 담겨 있다. 하지만 김 비서관은 "준비단 해명에 조 전 장관의 지시는 없었다"며 "(언론에 해명한) 문장과 표현에 조 전 장관이 동의했거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지난해 9월2일 자청한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물론 저희 가족도 펀드가 가족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답한 부분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도 김 비서관은 "제가 알기로는 지금은 알고 있지만 과거에는 몰랐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비서관은 신문 말미 재판부가 소회를 말한 기회를 주자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모르는 부분은 있었지만 거짓으로 답변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며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답을 보완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에 대한 자세와 마음을 설명드리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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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인 9월3일 조 전 장관을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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