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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좀 잡지 마세요" 끊이지 않는 고령운전 사고...시민들 '분통'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2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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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남성, 낮술 후 골목길 운전…2명 충돌 등 사고
시민들 "고령 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 필요" 분통
전문가 "고령 운전자 사고 근절위해 정부 차원 제도 개선 필요"

"운전대 좀 잡지 마세요" 끊이지 않는 고령운전 사고...시민들 '분통' 최근 낮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50대 여성 2명을 치는 사고를 낸 7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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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낮술을 마신 후 운전대를 잡은 70대 남성이 지나가던 사람들을 치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운전대를 잡은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술에 취해 급출발해 후진과 직진을 하는 등 위험 운전을 한 것으로 확인돼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최근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고령 운전자 사고 근절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17일 A(70 )씨는 이날 오전 11시30분께 편의점에서 술을 구입해 근처에서 마시고, 골목길에 주차된 본인 차량을 운전했다.


차량에 탄 A 씨는 후진을 하다 뒤에 있던 B(56) 씨를 치고, 다시 직진을 해 앞에 있던 C(53) 씨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뒤에 있던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또 다른 피해자인 C 씨 역시 다리를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55%로 전해졌다.


"운전대 좀 잡지 마세요" 끊이지 않는 고령운전 사고...시민들 '분통' 고령자의 부주의에 의한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2017년 2만6713건, 2018년 3만12건, 지난해 3만3239건으로 조사됐다. /사진=연합뉴스


A 씨 사고와 같이 고령자들의 운전 부주의에 의한 교통사고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2017년 2만6713건, 2018년 3만12건, 지난해 3만3239건으로 계속 증가 추세다.


특히 20~30대 청년층과 달리 고령 운전자의 경우 인지능력 현저히 떨어져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 높다. 지난 1월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리나라는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가 1.5배 정도 증가했으며, 지난 2018년 기준 고령자의 면허소지자 1만 명당 사망자도 2.75명으로 30대보다 3.6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소의 또 다른 조사에서도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층이 낸 교통사고는 48%나 증가했다.


또 고령 운전자 1만 명당 사망자는 3.1명으로 30∼40대의 4배에 달했다. 사고율 측면에서도 고령층 면허인구 1만 명당 사고 건수는 110건으로 30∼40대의 2배 수준을 보였으며, 다른 나이대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각 지방자치단체는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도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부산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자 교통비 지원사업을 시행한 이후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 해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교통비뿐만 아니라 상품권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고령 운전자의 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서비스 시행에도 반납률은 크게 오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도로교통공단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314만 명 가운데 최근 5년간 면허를 자진 반납한 사람은 약 3만 천여 명으로 1%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대 좀 잡지 마세요" 끊이지 않는 고령운전 사고...시민들 '분통' 고령운전자의 운전미숙으로 가족이 큰 사고를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국민청원 글도 게재됐다. /사진=연합뉴스


상황이 이렇자 시민들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아직 젊은 내 경우에도 운전하다가 돌발 상황에 놀라곤 하는데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어르신들은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면서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등 강력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직장인 유모(32) 씨는 "고령 운전자의 안일한 대처가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많은 사례로 증명됐다고 본다. 장기간 운전을 했어도 한순간의 잘못된 상황판단에 의해 사고가 날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지적했다.


"운전대 좀 잡지 마세요" 끊이지 않는 고령운전 사고...시민들 '분통'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일부에서는 현재 만 75세 이상이라는 기준이 너무 낮아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에 따르면 자신을 피해자 가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2019년 8월19일 부산에서 한70대 고령운전자가 인도 위 버스정류장에 서있던 6개월차 임신부를 차로 덮치는 잔인한 사고가 일어났다"면서 "긴박한 상황에 사람이 서있는 인도로 핸들을 틀었던 말도 안되는 상황판단이, 이런 비극을 초래한것이라 판단됩니다"라며 70대이상 고령운전자의 자격요건을 강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청원은 18일 오후 1시30분 기준 2만 4127명의 동의를 얻었다.


전문가는 안전을 위해 고령 운전자들의 자발적인 면허 반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고령 운전자가 당황해서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는 영상을 공유하며 "고령 운전자분들의 안전을 위해 올린다. 해당 운전자는 사망했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부인은 많이 다치신 거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사실 젊은 사람들도 잊을 때가 많다"며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운전할 때 깜빡깜빡하는 게 잦아진다면 가능하면 운전 안 하시길 권한다"라고 제언했다.



고령 안전자들의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그들의 상황판단을 돕는 기능 등이 차량에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고령자라는 절대적 나이 기준이 아니라 신체적, 인지적 능력에 따라 시공간적인 제한 또는 첨단안전장치 장착을 조건으로 부과하는 등의 조건부 면허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며 "고령 운전자의 조향, 제동장치 등의 조작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급출발방지장치, 급제동방지장치, 첨단운전자보조장치 등의 장착 지원과 의무화를 추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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