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데이터 적어 손해율 산정 시간 걸릴듯
사고건수·부상자수 연평균 95% 증가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여름을 앞두고 출퇴근용으로 전동킥보드를 구입한 한정식(가명ㆍ29)씨는 얼마전 도로에서 킥보드를 타고 다니다가 넘어져 다리가 골절됐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보험사에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한 씨에게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 킥보드를 계속 타고 다니면 보험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도 받았다. 킥보드 이용 사실을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를 어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에 가입할 때 킥보드 구입 의향을 묻거나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 "사고가 나면 이용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름철을 앞두고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관련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은 요원하다. 현재 PM 교통사고를 보장해주는 보험이 드물어 보장을 받지 못한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킥보드 이용자를 위한 보험 도입을 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지만 정착 손해보험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손해율을 산정할 수 있을 정도의 관련 데이터가 없을 뿐더러 최근 몇 년 새 사고가 급증하고 있어 보험을 출시해도 보험료가 비쌀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오토바이와 같은 이륜자동차에 해당하며 킥보드를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를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
보험사는 통지의무를 지키지 않은 계약자의 보험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으며 보험료를 증액할 수 있다. 심지어 킥보드 이용을 통지하더라도 킥보드 사고로 인한 피해를 보장받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 단체보험 가입뿐
최근 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수단(PM)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PM으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789건이 발생, 835명이 다치고 16명이 사망했다. 사고건수와 부상자수는 연평균 95% 이상 증가했으며 사망자도 2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월별로는 8월에 전체 PM 교통사고의 13.4%가 발생하여 가장 사고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7월부터 증가한 PM 교통사고는 10월까지 그 추세가 유지되다가 11월부터 차츰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오는 12월부터 도로교통법 및 자전거 이용 활성화법이 시행되면 원동기면허가 없어도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으며 자전거도로 이용도 허용된다. 킥보드 이용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그로 인한 사고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킥보드는 현재 보험 보장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다.
킥보드는 일종의 자동차지만 자동차사고 사고책임과 손해배상 등을 정한 자동차배상관리법에 적용받지 않는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서 최고속도 25km/h 이하인 경우 사용신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서다. 자동차보험으로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
개인이 킥보드를 이용하며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도 없다. 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 일부가 단체보험을 가입한 사례뿐이다.
국토교통부와 손해보험사, 관련 업체들은 공유형 킥보드 보험을 도입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고, 킥보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전용 보험 출시가 쉽지 않다는 것이 손보업계의 분위기다.
손보사 관계자는 "킥보드를 의무보험이 필요한 자동차로 판단해야 하는지, 자전거로 봐야 하는지도 합의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손해율 산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에게 보험가입 의무화를 유도하기 보다는 지자체의 자전거 보험과 동일하게 단체보험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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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동킥보드 운전자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데 배상책임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매우 클 수 있고 피해자가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며 "킥보드의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고 사고책임과 보험 관련 규제를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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