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팀 'eNd' 인터뷰
"사법부 성인지감수성 부족…피해자 고려해야"
"'n번방' 연루자 전원 신상공개 촉구"
"방청 연대 유무 확실히 달라…지속적 관심 필요"
[아시아경제 한승곤·김가연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당신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세상은 이미 바뀌고 있다."
미성년자 등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들어 텔레그램 등 온라인에서 유포하며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가한 잔혹한 성범죄를 저지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과 그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18살 '부따' 강훈 등 'n번방' 사건 가해자들과 또 다른 잠재적 범죄자들을 지속해서 쫓는 단체가 있다. 이들은 성범죄자에게 관대한 처벌을 한 법원을 찾아 재판부 규탄 시위를 열기도 한다.
이들에 따르면 단체 소속 구성원들은 자신들을 '익명의 개인 여성들'이라 부른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시위에 동참할 수 있고 'n번방' 사건 등 성범죄 사건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다크웹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 등 혐의로 구속된 손정우(24)의 미국 송환을 불허하는 법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시위현장에서 이들은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팀', 또는 'eNd(엔드) 시위팀'으로 불린다. 'n번방'의 'N'과 '여성에 대한 성착취·성범죄를 끝내겠다'는 'eNd'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익명의 여성들'로 활동하는 활동가 '멸균', '우주', '계단', '웰빙' 등을 아시아경제 사옥에서 만나 집회를 하게 된 이유,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eNd 시위팀' 일문일답
-'익명의 여성들' 조직 배경이 궁금하다. 한두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 같은 목적을 위해 함께 하고 있다.
▲멸균 : 청원만 계속하다가 'n번방' 사건이 터진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많은 여성이 남긴 '시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시위팀 총대(전체를 총괄하는 역할) 하실 분' 등의 글을 접했다. 몇 달이 지나도 총대를 메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길래 여러 여초 커뮤니티에 들어가 '시위를 같이 하자'는 글을 올리다 보니 총대가 됐다. 여러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시위팀 인원을 모집했다.
웰빙 : 이렇게 시위팀 스태프로 어딘가 참여하는 게 처음이다.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되는 데 참여하다 보면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익명의 '남성들'이 지원하거나 연대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는지.
▲웰빙: 남성 지원자가 있었는데 거절했다. 또 시위팀 지원이 가능한 다음 카페를 여성만 가입할 수 있도록 설정해놓고 있다. 안전 위헙이나 스태프 보호를 위해 남성 지원자는 받고 있지 않다.
-각 팀의 역할이 따로 있는지 궁금하다.
▲웰빙 : 안전팀은 시위를 진행했을 때 구역마다 팀원을 배치해서 시위 참가자와 스태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이런 시위에서는 불법촬영이 발생할 수 있어서 이런 것들을 막고자 한다. 합법적으로 시위를 하면서 시위 참가의 신변을 보호하고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변 경찰에게 상황을 인계하는 등 안전 보호가 목적이다.
계단 : 사회팀은 시위에서 사회를 보기 위한 대본을 작성한다.
웰빙 : 비용문제는 회계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지난번에 후원을 받았는데 그 돈으로 시위팀을 운영 중이다. 보통 방청하러 가는 교통비는 자비로 하고 있고, 지방 법원에서 하는 재판일 경우 수도권 지역에 사는 활동가들의 고속버스 비용이나 대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성착취 가해자 '흑통령'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외에도 `엄벌 릴레이 촉구`를 진행하고 있다. 많은 여성의 연대도 이어지고 있는데 어떤 생각이 드는지.
▲계단 : 시위팀이 만들어 진 게 작년 12월 말 올해 1월 초다. 아직 이렇다 할 가시적인 판결이 나지 않아서 무력해질 수도 있고, n번방 사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일부 사람들은 '냄비근성'이라고 욕도 하는데 연대해주는 여성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에 힘이 난다.
우주 : 함께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든든하다. 같은 의견을 내놓는 여성분들의 얼굴, 이름,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데 존재하고 있고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하고 힘이 된다. 시위팀도 앞장서서 노력하고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재판 방청에 참여하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방청 내용이 있거나 이해할 수 없었던 재판 과정이 있었는지.
▲웰빙 : 지난 5월19일 있었던 '잼까츄' 강 모 씨 재판에서 가해자 측 변호사가 불행했던 가정사를 언급하면서 양형 참작을 요구했다. 그런데 가해자 가족 측이 방청석에 앉아 있는 여성들을 불법 촬영했다. 불법 촬영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계도하겠다며 선처를 요구한 가해자 가족 측이 또다시 불법 촬영을 저질렀다는 게 말이 안 된다.
피고인 측이 반성문을 열 몇 장씩 제출하는 걸 보면 어이가 없다. 어떤 변호사는 불우한 가정사, 가정폭력 때문에 양형을 참작해달라 하고 또 다른 변호사는 평소에 성실했고 원만한 가족사가 있었기 때문에 참작해달라 하더라.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5월27일 강훈의 변호인 측이 성착취물이라는 단어 대신 '야동'이라는 표현을 했다. 강훈은 '조주빈의 꼭두각시이고 강훈도 협박을 당했다, 피해자다' 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과 피고인의 뻔뻔한 태도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얼마나 재판부가 그동안 가해자 중심 적인 판결을 해왔길래 변호인 측이 이런 변호 전략을 세웠을까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n번방' 사건이 커지고 방청 연대가 시작되니까 사법부 측에서 방청객들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조심해서 판결하더라. 그동안 공론화가 많이 되지 않았던 사건들의 재판이 어떤 식으로 흘러갔을까 생각하면 씁쓸하다.
-재판 방청 연대가 사법부 판결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고 보나
▲웰빙 : 엄벌 촉구 움직임이 있으므로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묻어가지 않는 것 같다. 조직적으로 탄원서도 내고, 민원 전화, 팩스 보낸다. 사법부는 정의를 구현하고 가해자에게 마땅한 처벌을 내려야 하는 곳 아닌가. 따라서 겉보기식으로라도 엄정한 판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를 위해 방청 연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계단 :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 아무도 안보고 있을 때 보다는 (재판부가) 경각심을 가지는 것 같다. 솜방망이 처벌을 못하도록 지켜보고 있다 라는 생각을 심어주려고 한다.
멸균 : 평소에는 방청 연대가 적어 방청석이 꽉 차있는 경험 등을 판사들도 별로 겪어보지 않았다고 한다. 많은 방청 연대단이 있어서 그들이 생각할 때 사소한 발언 하나하나가 문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더 조심하고 재판 과정에서 잘못된 발언을 하면 바로 성명서를 쓰거나 규탄하겠다고 하니까 더 조심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우주 : 결과적으로 형량이 달라진다. 6월에 춘천지법에서 배 모 씨 법정 최고형을 받았다. 디지털 성범죄에서 중형이 내려진 사례 중에 고등학생이라는 점이 양형 참작되지 않은 유일한 사례다. 그런데 사람들이 방청을 많이 안가고 언론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n번방' 관련 사건들은 형량이 낮다. 이런 케이스들이 비교가 되니까 방청 연대를 더 자주 해야겠다고 느꼈다. '와치맨'이라고 불리던 가해자도 n번방 사건이 공론화가 되고 나니까 기일도 연장되고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 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다루는 언론 행태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웰빙 : 가해자 서사 중심적인 보도를 볼 피해자들이 제일 걱정이 된다. 얼마나 악랄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가해범죄가 얼마나 악랄했는지 자극적인 서술어를 쓰는데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당했던 사실을 기사로 접하게 된다. 피해자가 지속해서 2차 가해에 노출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좋지 않다. 범죄가 일어나면 그 범죄에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특히 가해자에게 주목해야 할 점은 가해자가 죄에 응당한 벌을 받았느냐 외에는 없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인데 잊혀지는 것이 화나고 안타깝다.
멸균 : 이 사건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재판을 다 따라다니고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사람은 기사로 이 사건을 접하게 된다. 특히 언론은 사회적 여론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데 그동안 있었던 많은 언론이 가해자의 서사나 가해 사실 보도를 정보를 공유한다기 보다 조회수, 돈을 위해 보도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n번방 가해자의 경우 기사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보도량의 차이가 있다. 언론의 역할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정보를 알리는 건데 잘 보도해줬으면 좋겠다.
계단 : 재판을 방청하고 나서 어떤 기사를 봤는데 좀 자극적으로 바꿔서 보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거짓말이 아닌 범주 내에서 재판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자극적으로, 연대를 끌어내기 위해 기사를 작성한다기보다 자극적으로 보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실제로 자극적인 일이 있었던 것을 곧이곧대로 보도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우주 :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 보도를 할 때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게 피해자 보호라고 생각한다.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로 가해자 중심에서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재판 내용도 왜곡해서 보도하는 때도 봤다. 완전 다르게 하는 건 아닌데 묘하게 핵심 내용을 어긋나게 보도를 하는 매체도 많은 것 같다.
계단 : 오히려 방청 연대를 하는 분들이 더 피해자를 생각하는 것 같다. 방청 연대를 하는 사람들은 개인이고 언론은 개인보다 사회적으로 더 영향을 많이 끼치는 곳인데 안타깝다.
-사법부가 계속해서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웰빙 : 사법부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2차 가해를 우려하는 피해자 측 변호인을 이상한 사람, 유난떠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듯단 말을 하고 이상한 분위기로 몰아간다. 하물며 피고인 측 변호인이 성착취물이라 하지 않고 '야동' 이라는 단어를 쓰고 또 대부분의 재판부가 성착취물이라는 단어 대신 '음란물'이라고 한다. 상당이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발언을 많이 한다. 이런 걸 보면 아직 갈길이 멀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기록물 증거 중 영상 증거를 열람할 때 2차 가해가 되지 않게 조심하자는 재판부도 있긴 하지만 피고인 측 변호인이 가해자, 즉 피고인을 보호하기 위해 재판 전략을 짜오고 이러는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그동안의 재판들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것 아닌가. 재판부의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피해자의 보호와 동떨어졌다는 걸 절실히 느낄 때가 많다.
-함께 연대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웰빙: 화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쉽지만, 그 와중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고, 개인들도 연대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화나서 지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연대를 꾸준히 해주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에서 힘을 많이 얻는다. 21대 국회가 시작되기 전에 시위를 하고자 했는데 그때 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동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착취 범죄는 굉장히 많았다. 버닝썬, 소라넷 등만 봐도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난 뒤 판결이 어떻게 됐나를 찾아보면 처참하다. 그래서 이번 n번방 사건마저 그렇게 되면 안된다는 (절박한 마음) 너무 걱정이 된다. 특히 이번 n번방 사건은 일반인 남성들이 주요 가해자다. 이 사건마저 흐지부지 넘어가버리면... 그렇기에 더 연대를, 꾸준한 연대를 부탁드리고 싶다.
계단 :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여기서 연대를 멈추면 우리는 n번방 홍보를 해준 꼴이다.'라는 말이다.
우주 : 많은 분들이 무력감에 지쳤을 거라 생각한다. 계속 포기하지 않고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를 없애기 위해 같이 싸워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이 제일 크고, 여성 개개인이 작은 목소리로 싸우고 있더라도 개개인이 모이면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견고하게 쌓인 여성 대상 범죄가 사라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역사의 한 장면이 될 거라고 믿는다. 분명히 언젠가 이렇게 미약한 처벌을 내린 적도 있었다고? 하면서 앞으로 태어날 여성들도 더 안전해져야 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재판부에 촉구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으신지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다면.
▲웰빙 : 신상공개가 이 범죄의 근절을 위한 가장 강력한 논의임을 주장하는 글을 많이 쓴다. 피고인들 태도를 봤을 때 신상 정보 공개에 대해 예민, 피고인 측 가족도 신상이 퍼지는 것에 대해 예민하다. 그런 태도를 봤을 때 얘네(범죄자)가 젤 두려워하는게 신상정보 공개구나, 구매자가 본보기로 신상이 공개가 된다면 다른 구매자들도 경각심을 가질 것 같다, 가해자들, 구매자들이 자기 신상공개 될까봐 두려움에 떨었으면 좋겠다, 죄의 심판을 기다렸으면 좋겠다. 신상공개가 그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상공개가 확실한 근절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주 : n번방 주요 가해자들이 있어서 이렇게까지 된 게 아닌데 운영된 거에는 구매자들도 있고 가담자가 정말 많은데 주요 가해자로 축소시킨다는 것 자체가 거대한 범죄 카르텔을 축소하는 것과 똑같아서, '주요 가해자', '단순 가담자'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담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해자가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동등한 범죄자들이다.
웰빙 : 가담자를 다 처벌하지 않으면 이 가담자 중에서는 영웅 심리가 있는 사람들은 또 그 가담자 안에서 나서는 사람이 생기고 또다시 공급자가 생기고 연결고리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멸균 : 잠재적으로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큰 처벌을 해줬으면 좋겠다.
-한국 사이버 성폭력 대응센터 "단순히 신상공개를 떠나서 사법부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거다" 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우주 : 동의한다. 신상공개가 되지 않고 처벌만 이뤄졌을 때 그 처벌이 무거웠다면, 신상공개가 되면 사회적인 질타를 받게 되니까, 신상 공개를 가해자들이 더 두려워하는 것도 사법부를 믿지 못하니까 사회가 하나의 감옥이다.
웰빙 : 일단 신상공개가 되면 가해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알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심어줘야. 편파 수사 등 때문에 여성들이 사법부에게 신뢰를 잃은 결정적인 계기였지 않았나.
계단 : 신상 공개가 성별과 다르게 불공평하게 되니까 여성들이 더 사법부를 믿지 못하는 것 같다.
우주 : 사법부에 신뢰를 잃었던 이유가 조주빈 사건을 맡았던 재판관이 법정 내에서 피해자의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하면서 사건을 진행하더라. 근데 연대가 많이 없는 사건에서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저질렀다. 사법부를 절대 믿을 수가 없다. 기자가 있는 자리에서 기자 1명 방청객 1명, 피해 증거물(영상물)을 확인하고, 그랬던 사건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계단 : 당신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세상은 이미 바뀌고 있다.
우주 : 사회가 아무리 여성들의 외침을 외면하고 무시하려고 해도 외면할 수 없이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외면하는 당신은 도태될거고 바뀌어 가는 세상은 여성이 앞장 설 것이다 절박함이 시위팀 활동을 하는데 원동력을 주기도 한다. 혼자서 연대 활동을 이어나갈 때 나 혼자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오프라인에서 점점 관심이 떨어지는 걸 느끼지만 직접적으로 만나는 시위팀분들이랑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나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런 느낌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
멸균 : 한국 사회는 그동안 보여 왔던 행태로 여성의 신뢰를 잃었다 여성들도 지켜야할 국민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제대로 처벌을 했으면 좋겠고 이제 여자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고.
웰빙 : 여자는 2등 시민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 그래도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면서 어떤 수많은 여성들이 공론화를 해왔기에 이렇게 조금이나마 나아진 것 같다. 물밑에 있던 것을 끌어올리는 중이니까 지금 우리가 그 예전에 많은 사건들을 하나씩 끌어올리고 있으니까 절대 안일하게 여자들이 이 정도까지만 하다 말겠지 라고 생각하지 말고 똑바로 여성도 마땅히 보호해야할 시민으로 보고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 지금이 기회다. 마지노선이 n번방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n번방 만큼은 제대로, 이번 만큼은 제대로. 여기서 물러서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주 : 재판 방청이라는게 일반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참여하면 어려울 것 같다는 장벽이 느껴진다. 나도 재판을 한 번도 안가 봤을 때는 방청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는데, 재판 방청이 생각보다 일반인들이 쉽게 갈 수 있고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시간이 될 때는 많은 여성분들이 방청 연대를 와주셨으면 좋겠다. 방청 연대 이후에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방청 연대를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면 시위팀 공식 메일로 문의를 받고 있다. 내가 지나가다 마주쳤을 수도 있을법한 사람들이라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 무력감에 찌든 여성분이라면 한 번쯤 와주셨으면 좋겠다. 피고인 변호인이 이상한 말을 하면 일제히 적던 손을 멈추고 장내 분위기 한숨 쉬고 이런 것들이 재판 분위기에 영향을 주기도 하니까.
계단 : 재판 방청을 다녀온 뒤에 방청권을 아무렇게나 던져놨는데 부모님이 '얘 걔 아냐'라고 하더라. 이미 우리 세대 말고도 부모님, 기성세대도 알 정도로 커진 사건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이렇게 모든 세대가 다 알 정도로 일이 커지고 심각한데 처벌 수위가 약하게 끝나면 이건 (여성에 대한) 기만이다 이렇게 끝날 수는 없다. n번방이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마지노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익명의 여성들'은 지속해서 성범죄자에 대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25일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단체는 "안전을 위해 정확한 장소는 카페를 통한 지원자들에게 별도 공지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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