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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인국공' 속 정의의 충돌과 사회의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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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합법이지만 정의롭지 않다고 여겨지는 일에 대중이 분노하고, 언론이 관심을 가지며, 정치권이 해법을 찾아내는 과정은 그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우리는 법과 제도가 온전하게 담아내지 못하는 현실 속 정의를 끊임없이 파헤치고 발견해냄으로써, 발전적인 방향으로 그 괴리를 메워나가는 일에 정진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 안정된 고용환경을 만들자는 사회적 합의는 지금보다 나은, 정의로운 사회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반면 그런 법·제도가 현실 속 정의를 제대로 투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또한 자연스럽게 표출될 수 있다. 이때 우리는 두 가치 중 무엇이 더 정의롭냐를 따지는 구조에 빠져들기 쉬운데, 이런 평행선은 우리를 소모적 논쟁으로 이끌고, 이어지는 극단적 대립에서 얻어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적지 않은 지식인들이 비정규직 보안요원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그 회사 정규직들과 취업준비생 그리고 많은 청년들의 주장을 꾸짖는다. 그리고 그들이 내세우는 정의가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많은 논리도 제시한다. 그러나 비록 낯설거나 어설퍼 보인다 해도, 이 사회 속 상당수 구성원들에 의해 수용되고 자리 잡은 정의를 기필코 꺾어버릴 힘이나 권리 같은 건 누구에게도 없다. 하지만 발전적 논의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상식은 이번에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완벽히 대립하는 두 입장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 다른 많은 지식인들이 진단하고 있듯, 문제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법·제도의 취지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을 실현해나가는 방식과 절차 속 정의의 구현 여부다.


우리는 다소 거친 방식으로 진행되는 정규직 전환 작업을 이제부터라도 정교하게 다듬어, 보다 많은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시켜야 할 시점에 와있다. 한 무리 노동자의 고용조건을 일순간에 바꿔버리는 단순한 방법만이 유일한가. 대상자의 자존감을 고려하면서 새 지위의 정당성을 부여할 어떤 공정한 절차나 과정은 만들 수 없는가. 취업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예측할 수 있는 체계적 방식의 전환은 불가능한가. 이 같은 논의를 뒷전에 미뤄둔 채 정규직 전환을 무임승차와 로또에 비유하거나, 나의 것과 결이 다른 정의를 이기주의나 차별주의로 매도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모든 법이나 제도가 정의로운 건 아니다. 현실 속 정의가 법·제도 안에 온전하게 흡수돼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이 정의로운가를 바라보는 현실과 법·제도 간 괴리는 사회적 갈등의 출발점이면서 동시에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다. 그 괴리를 마주하는 우리는 내 정의가 옳은 논리와 너의 정의가 비겁한 이유를 찾아내 서로를 굴복시키려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면서, 다양한 정의의 개념을 균형적으로 담아낸 보다 진화된 법·제도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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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갈등을 흑백, 양자택일의 구도로 설정하려는 세력들은 법·제도의 완전한 폐기 혹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현상유지를 희망한다. 그것은 정쟁의 도구나 구호가 되어 우리를 양 극단 어느 한쪽에 서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 대다수는 공항 보안요원을 기어이 비정규직으로 되돌려버리거나, 낯선 개념의 정의를 부르짖는 젊은이들의 치기를 일갈하는 것으로부터 아무런 이익도 얻어낼 수 없다.

[시시비비] '인국공' 속 정의의 충돌과 사회의 발전 신범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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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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