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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몽니에…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예비입찰 참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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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임기말 정치적 속내 노골화…규제풀고 경쟁입찰로 적정가격 치르도록 해야"

서울시 몽니에…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예비입찰 참여 '0' 대한항공 노조원들이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현동 부지 자유경쟁 입찰을 촉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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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대한항공 자구안의 핵심인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가 해당 부지의 용도를 '공원'으로 못박은데 따른 예상된 결과다. 서울시내 도심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 송현동 부지가 서울시 방침에 막혀 '계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자 대한항공 노동조합 역시 "동냥은 못 해줄 망정 쪽박을 깨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11일 업계 및 한진그룹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까지 삼정KPMG-삼성증권 주관으로 진행된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 입찰 의향서(LOI) 제출 마감엔 아무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예비입찰 전 15곳 정도가 투자설명서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울시가 공원화 계획을 추진하면서 오리무중의 상황에 빠진 것이다.


대한항공이 매각을 추진했던 종로구 송현동 일대 부지(3만6642㎡) 및 건물(605㎡)의 공시지가는 3100억원대다. 업계에선 시장가격이 최소 5000억원, 최대 7000억~8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만큼 대한항공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함께 이 부지 매각을 통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요구한 자본확충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채권단은 앞서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키로 하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단서로 달았다.


하지만 이같은 구상은 서울시의 몽니에 막혀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시가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한 이 부지의 용도를 '문화공원'으로 바꾸고 수의계약으로 매입을 추진하는 동시에 불발 시 (강제)수용까지 할 수 있단 의사를 밝히면서다. 부지 용도가 '문화공원'으로 한정된 만큼 업계에선 일찍부터 예비입찰에 선뜻 도전할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지의 용도를 공원으로 못 박은 건 사실상 입찰에 참여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 아니겠느냐"면서 "물론 아직 본입찰이 남긴 했지만 결과가 크게 다르진 않을 듯 하다"고 전했다.


특히 서울시는 해당 부지의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책정했다. 시장에서 예측하는 비용보다 한 참 낮은 수준이다. 서울시는 이마저도 2021년 467억1300만원, 2022년 4204억2000만원으로 분할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내년 말까지 2조원대 자본확충을 요구받아 목돈이 필요한 대한항공으로선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역시 지난달 28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의 빙부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원화가 추진되면) 그대로 가지고 있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도 "정부에선 기간산업을 지켜야 한다며 적극 지원을 약속한 반면, 시에선 핵심 자산을 가져 가겠다는 당혹스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시가 이처럼 강행의지를 보이면서 대한항공 노동조합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서울시청 앞에서 규탄집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감원 대신 휴업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고용유지지원책을 펼치고 있는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는 민간기업의 부지를 헐값에 매입해 유동성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면서 "서울시가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지금까지 10여년 간 남겨진 땅을 두고 임기말 갑자기 공원화에 나서겠다는 것은 박 시장의 정치적 속내를 노골화 하는 것"이라면서 "송현동 부지에 대한 족쇄를 풀어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맞게 경쟁입찰을 거쳐 합리적인 가격을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코로나19발 위기가 가속화 되면서 대한항공은 지속적으로 '다운사이징'에 나서고 있다. 직원 70%를 대상으로 휴업에 돌입한 한편, 희망휴직제도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만 2년 이상 근속한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최소 6개월, 최대 1년의 무급 희망휴직제를 실시키로 하고 오는 17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 말 1~3개월 규모의 단기 희망휴직을 실시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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