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갑작스러운 폐업
사진·글 백업 못한 이용자들 원성 높아
정상화 가능성 희박
이용자보호대책 세워야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SNS계의 시조새, '1세대 국민SNS'로 불렸던 싸이월드가 돌연 폐업하면서 사진, 글 등 기록물 상실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폐업 의사가 없다'고 밝힌 전제완 대표의 의지와 상관 없이 마땅한 인수자나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경영난이 지속된다면, 서비스 종료 수순으로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버 유지 방안 찾기 어려워...'정상화' 미지수
6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전날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싸이월드 사무실 현장조사를 마친 뒤 회사의 경영 문제가 심각하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폐업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서버 유지를 할 만한 인력이 없어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기록물 유지를 위해 서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는 하고 있지만 근거 법령이 없고, 민감한 개인 정보가 담긴 내용들이라 제3의 기관에 이관하는 것도 어렵다.
싸이월드 사용자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고인이 된 가족 사진을 못 찾게 됐다", "'사람찾기'로 잊고 있었던 사람 근황을 알 수 있었는데 아쉽다", "20대 추억이 다 날라갔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에 올라온 "싸이월드 사진백업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청원은 1036명이 동참했고, 이달 3일에는 "싸이월드 심폐소생을 도와달라"는 새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나 방송통신위원회가 해결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책임론도 나온다. 싸이월드의 접속차단은 한 두번 반복돼온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엔 홈페이지에 접속이 안 되는 상황에서 도메인 만료일이 같은해 11월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4월에도 접속오류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다만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를 규제할 수단이 빈약 해, 정부가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1999년 출시 '국민SNS' 인기...경영난 돌파 못해 역사 속으로
1999년 출시한 싸이월드는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됐다가 11년 만인 2014년 분사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2000만명에 이르렀을 정도로 인기를 끈 ‘국민 SNS’였다. 이후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해외SNS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방명록, 일촌평, 쪽지 서비스 등을 종료하고 사진첩과 다이어리 중심의 모바일 ‘싸이홈’으로 개편을 시도했지만 경영난을 돌파하지 못했다.
2017년에는 삼성 내 벤처스타트업 투자법인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받았으나 이때 역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별도의 공지사항 없이 접속되지 않았고, 도메인 만료 시점이 같은 해 11월로 알려지면서 폐업설이 있었다. 당시 싸이월드 측은 이용자들의 데이터 백업을 위해 도메인을 1년 연장하기로 했지만 결국 6개월 만에 폐업 신고를 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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