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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루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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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루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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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는 태양과 여덟 행성(行星), 거기에 딸린 위성 약 160개로 이뤄졌다. 여기에 수많은 소행성, 혜성, 유성과 운석, 옅은 구름을 이룬 성간물질(星間物質) 등을 더할 수 있다. 태양은 항성(恒星)이다. 스스로 빛과 열을 내며 한자리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다.


행성은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천체인데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 지구형(수성·금성·지구·화성)과 목성형(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으로 나눈다. 지구형은 크기와 질량이 작지만 밀도가 높고 표면이 암석으로 돼 있다. 목성형은 크기와 질량이 크지만 밀도가 낮고 암석 표면이 없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궤도를 수성이, 두 번째로 가까운 궤도를 금성이 돈다. 금성은 해 뜨기 전 동쪽 하늘이나 해가 진 뒤 서쪽 하늘에서 보인다. 그냥 보면 점 같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달처럼 모습이 변한다.


우리는 금성을 '샛별'이라고 한다. 한자어는 계명성(啓明星)이다. 서양에서는 비너스라고 부른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프로디테라고 불렀다. 아름다운 여성의 이름이다. 기독교에서는 루시퍼(Lucifer)라고 했다. 성경의 이사야서에 '새벽 여신의 아들 샛별'로 기록된 히브리어 '헤렐'의 라틴어 번역이다. 교만한 바빌론의 왕을 조롱하기 위해 이 말을 끌어다 썼다. 샛별이 잠시 빛나다 아침이 오면 사라지듯 왕의 운명도 끝나리라 예언한 것이다.


인간이 보는 우주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하느님의 정의'도 더디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신에게는 '천 년도 지나간 어제 같고 한 토막 밤과도 비슷'하다. 인류는 2012년 오늘 시작된 21세기 최후의 '금성 일면통과'를 관측했다. 일면통과는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운 행성이 태양면을 지나는 천문 현상이다. 행성이 지구와 태양 사이 일직선상에 있을 때 생긴다. 21세기의 금성 일면통과는 두 번(2004ㆍ2012년) 있었다. 다음 일면통과는 2117년 12월10~11일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대부분이 지상의 거처를 떠난 뒤의 일이리라. 그러나 신에게는 '곧' 일어날 일이다.


기독교의 루시퍼는 '하느님'을 모시던 천사였다. 본래 선하게 창조됐으나 교만하여 타락함으로써 악한 영혼이 돼 나락에 떨어진 존재, 곧 사탄이다. 하느님은 전지전능하다는데 어찌 사탄이 생겼는가. 기독교는 설명하기를 "사탄이 하는 모든 일은 하느님의 주권 아래서 제한적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사탄은 부처님 손바닥에 갇힌 손오공 신세다. 세상 종말에 이르면 영원한 불과 유황의 연못에 떨어질 운명이다. 또한 하느님이 사탄의 악행을 놓아두는 이유는 인간에게 더 큰 은혜를 베풀기 위해서다.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은 욥의 기도를 듣고 그의 소유를 두 배로 늘려준다.


저 비통한 5월의 나날들을 건너와 비로소 돌아보며 빈다. 신이여, 인간의 악행을 헤아려 터럭 하나 빠짐없이 심판하소서. 피비린내를 뒤집어쓴 악귀들이 천수를 다하고 떠날지라도 지상의 밑바닥에 정의와 희망의 빛이 한 줌이라도 고여야 하겠기에. 하여, 마태오는 예고했다. "그날이 오면… 남을 죄짓게 하는 자들과 악행을 일삼는 자들을 모조리 자기 나라에서 추려내어 불구덩이에 처넣을 것이다. 그러면 거기에서 그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그때에 의인들은 그들의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와 같이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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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시인·한국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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