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매출 전년比 30% 뚝
업계, 2분기 코로나 영향 순반영
증권사들, 매출 목표 하향 조정
확진자 감소세에 실적 개선 희망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국내 특급 호텔 중 유일하게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호텔신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리스크가 현실화 되면서 적자전환했다. 특히 수년간 적자를 내고 있던 호텔&레저부문의 분기 적자가 100억원 이상 늘었고 2분기에는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며 호텔 업계가 직면한 위기를 체감케 한다.
◆호텔신라, 호텔&레저 -178억원= 27일 호텔신라의 실적 공시에 따르면 1분기 영업손실이 670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0% 감소한 9437억원에 그쳤다. 면세사업부(TR)와 호텔&레저부문이 동시에 부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회복세가 완연했던 호텔&레저 부문 영업이익이 걱정거리다. 호텔신라의 호텔&레저부문 영업이익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가 심화됐던 2018년 1분기 34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9년 1분기에는 -5억원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다시 적자가 늘어 -178억원을 기록했다.
호텔롯데와 웨스틴조선 등 국내 호텔과 하얏트호텔 등 외국계 주요 호텔들 역시 비상장사로 실적 공개는 하지 않지만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호텔롯데 상장 시계도 멈췄다. 1분기 주축인 면세점 사업과 호텔 사업이 모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시장가치가 4분의 1 수준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2분기 더 어렵다= 올 여름까지 코로나19 영향이 장기화될 전망인 만큼 우려도 커졌다. 실제 호텔신라의 경우 올해 2분기 코로나 영향이 순반영되면서 흑자전환은커녕 상황 실적이 추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영업손실 규모로 410억원을 내다봤고, 대신증권은 760억원을 전망했다. 면세 매출은 물론 호텔&레저 부문의 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업계의 부진은 올해 1월 코로나19가 발병, 확산한 이후부터 예견됐다. 한국호텔업협회는 3월 전국 호텔 평균 호텔 객실 가동률(OCC)이 21.3%로 곤두박질쳐 피해액 규모가 58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1월 61.7%였던 OCC는 전년의 58%를 웃돌아 기대감을 높였으나 1월 이후 판세가 달라졌다. 2월 44.4%, 3월 21.3%, 4월 25.3% 수준으로 정상 가동률 범위(60~70%)를 밑돌았다. 특히 재산세와 인력비용 등 고정비 부담이 큰 특급호텔들의 피해가 더 컸다. 3월 한달 기준 OCC는 5성급 18.5%, 4성급 19.2%, 3성급 19.7%, 2성급 25.3%, 1성급 35.6%으로 나타났다. 3성급 이상 관광호텔들이 10%대 가동률을 기록한 셈이다.
◆"재산세, 종부세 감면 필요"= 정부 역시 세금 감면 등 추가 지원정책을 내놨지만, 실제 현실 지원 방책으로 이어지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각 지자체에 내는 '지방세'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2019년 전국 평균 기준 51.4%에 불과하다. 종합부동산세 부담은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다. 올해 2월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표준 공시지가는 1년 전보다 6.33% 올랐고, 이 중 서울은 7.89% 올랐다. 호텔 가동률이 비정상적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이와 관련해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한진수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2020년은 국내 호텔업 역사상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며 "숙박업종 내 직원들의 일탈과 임금 문제가 겹친 만큼 호텔에 인건비를 지원해 장기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종합부동산세나 교통유발부담금 등의 부담을 낮춰줄 수 있는 장단기 지원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호텔업협회 관계자는 "휴직금 지원 정책이 이뤄지면서 90%까지 임금을 지원해주는 방안은 긍정적으로 다행인 부분"이라며 "다만 지난 2017년 사드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세제 혜택 등에 대해서는 중앙부처와 실제 예산권을 지닌 지자체간 협의가 부족해 실제 지원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정부지원금이나 지역 발행 화폐를 대기업, 중소기업 상관없이 호텔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하나 있으면 좋을 듯하다"며 "한국관광공사에서 단순 국가 홍보를 넘어 실제 해외 입국객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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