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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넘어가는 정유업계‥"비축유라도 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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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넘어가는 정유업계‥"비축유라도 사달라" ▲현대오일뱅크 정유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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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황윤주 기자] "지금 상황이 어느 정도 입니까." 지난 23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화상으로 진행된 경영현안 전략회의에서 계열사 사장단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상경영진단을 주문했다. 지난해 7월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회의 당시보다 더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이날 회의가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화학을 주력으로 하는 SK그룹은 지난 2003년 SK이노베이션 소버린 사태 이후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증권가에선 SK이노베이션 영업손실이 최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른 정유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S-Oil은 글로벌 장기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 하향 조정됐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십년 정유업계 있으면서 유가폭락과 수요감소가 겹치는 이런 일은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라며 "관세 유예 이런 것 보다 실질적으로 정부가 비축유라도 사준다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정제마진 2주째 마이너스‥팔면 팔수록 손해=3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3월 넷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주에 이어 2주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정유사들의 대표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구매비용과 수송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을 말한다. 3월 둘째 주 3.7달러 수준에 달했던 정제마진이 코로나19 사태 글로벌 확산으로 3월 셋째주 -1.9달러로 급하락 반전했다. 보통 배럴당 4달러가 손익분기점으로 현재로선 팔수록 적자만 커지는 상황이다. 유가가 폭락하면 가격 영향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급감 현상이 벌어져 정유사들로서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십년간 정유업계 있으면서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을 처음 경험했다"고 말했다.


◇덤핑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직면‥코로나 수요감소 직격탄=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위축 상황에 따른 정유업계의 위기감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업계는 코로나 초기 항공기 결항과 항공편 감축으로 항공유 수요가 줄면서 국내 잉여 항공유를 급하게 역내에 덤핑 처리하면서 버텨 왔다. 하지만 휘발유와 경유 수요도 급감하며 정유업계 자력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업계는 올해 1~2월 국내 휘발유 수요가 전년동기대비 최대 20% 감소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월 하순부터 코로나19가 국내에서 급속히 확산된 점을 감안하면 3월 수요 감소폭은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자가운전자들의 수요 뿐 아니라 공장가동 감소에 따라 화물 물동량이 감소한 탓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가장 큰 대구·경북지역은 3월 휘발유 수요가 약 4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경기 침체에 따른 일반 산업체 대상 석유제품 판매량 감소를 비롯해 선박 물동량 감소로 인한 해상유 수요 감소 등으로 정유공장 가동률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유업계 1위인 SK에너지는 이달부터 가동률을 15% 낮춰 운영하고 있다. 다음달 추가 감산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기보수 등 공정관리가 없는 상황에서 가동률을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15% 이상 줄인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아람코의 자회사인 S-Oil은 창사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검토중이다. S-Oil은 특히 5조를 넘게 들여 설비 투자까지 한 상황에서 가동률을 80%대로 내렸다. GS칼텍스는 원유증류장치(CDU) 정기보수를 올 3월로 계획보다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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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운송비는 2배‥정부 도움은 제로(0)=작년초 배럴 당 2달러에 못 미치던 중동-한국 원유 운송료는 현재 2배 이상인 배럴 당 4달러 대를 넘어섰다. 이 역시 정유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미국에서 오는 원유도 배럴 당 운임비가 7달러대를 넘어섰다. 이는 작년초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진퇴양난의 구조적 위기에 빠진 정유업계를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대기업이란 이유로 정책적인 지원은 제로에 가깝다. 정유업계는 정부에 비산유국으로서 원유 무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 형평성 개선, 납사 할당관세 형평성 유지 등 다양한 정책건의를 해왔지만 단 한 건도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규모와 영향력이 큰 정유산업이 붕괴된다면 국가적인 부담을 넘어 글로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원유를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원유 수입 관세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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