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수리 위해 모아두는 '장기수선충당금'
세입자라면 이사할 때 집주인에게 돌려받아야
그때그때 쓰이는 수리비인 '수선유지비'
집주인 아닌 '실거주'하는 세입자가 내야
미리 모으는 관리비인 '선수관리비'
집 팔 때 소액이더라도 매수인에게 받아야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부동산 기자가 되면 친구들에게 뜬금없이 카톡이 오곤 합니다. "청약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 "1순위가 뭐야?" 청약통장은 그저 부모님이 어릴 때 만들어준 통장에 불과한 2030 '부린이(부동산+어린이)'를 위해서 제가 가이드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 한 판결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판결이었는데요. 이 주민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낡은 승강기 교체를 위해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을 인상하겠다고 하자 '이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도 없어 1층에 사는 나는 승강기를 쓸 일이 없다'며 교체 비용 부담을 이유로 한 장충금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주민의 말을 받아들여 "장충금을 균등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며 1·2층 주민을 대상으로는 승강기 교체 비용에 대해서는 달리 부담토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장충금은 통상 아파트에 입주해 살다보면 내는 관리비에 포함돼 있는 항목 중 하나인데요. 관리비에 쓰여 있는 내용 중 전기료나 수도료 등은 쉽게 이해가 가지만 이러한 장충금 등은 어떤 이유로 내야 하는지 잘 모른 채로 그저 납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그런 부린이들을 위해 관리비 항목 별로 어떤 이유로 내는 것인지를 알아보려 합니다.
위의 관리비 고지서를 살펴보면 손쉽게 알 수 있는 내용도 있고 알쏭달쏭한 것도 있습니다. 우선 청소비나 경비비, 소독비, 난방비 등은 모두 항목명만 들어도 어떤 이유로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있는 관리비 구성 항목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단지 운영 방식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내용이 있는데요. 청소비나 경비비, 소독비 같은 항목들은 최근 주로 용역업체를 통해서 해당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따라서 용역금액을 월별로 나누고 가구별로 나누어 지급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계속 관리사무소가 직접 직원을 고용해 하는 경우라면 청소·경비·소독원의 인건비와 피복·용품비 등 직접 활동에 쓰인 비용들이 계상돼 청구됩니다.
여기서 어떤 이유로 거두어가는 돈인지 가장 헷갈리는 돈은 단연 장충금일텐데요. 장충금은 앞서 말한 사례와 같이 승강기나 배관, 도색 등 아파트의 주요 시설물의 교체, 수리, 보수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오랫동안(장기) 수리를 위해(수선) 모아두는 돈(충당금)입니다. 이런 시설물의 수선을 위해서는 상당한 금액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부과하기 보다는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도록 모아두는 일종의 적금입니다.
장충금은 300가구 이상 또는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이라면 법적으로 적립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적립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노후 시설의 수선을 위해 모아두는 돈인만큼 사용검사일 1년이 경과한 날부터 매월 적립하는 방식이라 신축 아파트는 장충금이 없거나 매우 적은 금액이 청구됩니다. 반면 재건축 연한(30년)을 다 채운 아파트라면 장충금이 상당히 많이 청구될 수도 있겠죠.
장충금은 원칙적으로 소유자가 지불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거주하지 않고 세를 주는 경우라면 소유자에게 청구가 힘들기 때문에 실거주자에게 관리비와 함께 청구하게 됩니다. 세입자가 집주인이 내야 하는 장충금을 일단 대신 내주는 형식인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세들어 살던 집에서 이사를 하는 경우라면 반드시 집주인에게 자신이 낸 장충금을 돌려받아야만 합니다.
반면 '수선유지비'는 똑같이 수선을 위해 쓰이는 돈이지만 장충금과 달리 거주자에게 납부 의무가 있습니다. 공용부분에 대한 시설보수 및 유지에 쓰이는 돈이기 때문에 소유주에게만 청구되는 장충금과 달리 집주인이건 세입자이건 실제 거주하는 이에게 청구되는 돈입니다. 주로 전구 교체라든가 공용 냉난방시설 청소비용, 수질검사 비용 등이 수선유지비를 통해 마련됩니다.
지금 뜨는 뉴스
집을 팔 때 챙겨야 하는 관리비도 있는데요. '선수관리비'입니다. 미리 낸 관리비라는 뜻인데요. 최초 입주 시 초기 몇 달 간 입주자가 없거나 공실 발생을 대비해 1~2개월 정도 분의 관리비를 관리사무소에서 미리 맡아두는 비용입니다. 선수관리비는 아파트가 재건축되거나 해체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되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집을 팔 경우 매수인에게 이를 청구해 매수인에게 이 권리를 넘기는 방식으로 선수관리비를 받아야 합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