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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어프로치]고독한 미식가는 왜 현금만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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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어프로치]고독한 미식가는 왜 현금만 낼까 1500엔을 지폐로 계산하고 있는 '고독한 미식가'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 <고독한 미식가 화면 캡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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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잘 알려진 일본 음식프로그램 '고독한 미식가'는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가 일을 마치고 나서 "배가 고프다"는 말을 시작으로 맛집을 찾아 맛있게 음식을 먹은 뒤 계산을 하며 포만감에 음식점을 빠져 나오는 스토리로 구성된다. 시즌 1부터 가장 최근 시즌 8까지를 지켜보면 주인공은 항상 음식값을 현금으로 지불한다. 음식값은 주로 1000엔에서 2000엔, 3000엔까지로 기억된다. 대개 동전을 꺼내 계산하는 일이 많고 간혹 지폐도 보인다. 계산하기 편하게 '1엔=100원'을 기준으로 하면 1만원에서 2만원, 3만원이다. 우리라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ㅇㅇ페이 등 모바일결제를 이용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주인공은 항상 작은 동전지갑에서 동전들을 꺼내 현금으로 결제한다.




일본 인기프로그램 '고독한 미식가'
"배가 고프다"는 주인공, 밥값는 언제나 현금지불


일본의 동전은 1엔(10원)부터 시작해 5엔(50원), 10엔(100원), 50엔(500원),100엔(1000원), 500엔(5000원) 등이 있다. 지폐는 1000엔(1만원), 2000엔(2만원), 5000엔(5만원), 1만엔(10만원) 등이 있다. '고독한 미식가'에서 음식값이 2300엔(2만3000원)이 나왔다면 주인공은 1000엔 지폐 두 장과 100엔 동전 세개, 또는 500엔 동전 5개를 주고 700엔을 거슬러 받는 식이다. 10원이나 100원짜리 동전은커녕 500원짜리도 구경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또한 더치페이 문화 확산으로 4명이 같이 밥을 먹고 4개의 카드를 이용해 결제하는 시대와 비교하면 낯선 풍경이다. "거지도 스마트폰으로 구걸한다"는 중국과도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전 세계가 현금없는 사회(Cashless society·약칭 캐시리스)로 달려가고 있는데 일본은 왜 현금을 고집할까. 일본은 소액결제(1000엔~3000엔) 시 71.6%의 소비자가 현금으로 결제할 정도로 '현금 천국'이다. 일본 소비자의 현금에 대한 선호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KOTRA에 따르면 많은 나라의 현금 유통량이 모바일 결제 등장 이후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의 현금 유통량은 2018년 115조 엔으로 10년 전보다 33.7% 증가했다. 하쿠호도생활종합연구소와 동양경제가 현금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서 다수가 현금은 신용카드와 달리 실제 결제와 대금 지급 시기가 동일하여 자금의 흐름을 파악ㆍ관리하는 것이 용이하다고 답변했다. 이외에 "포인트에 유효기간이 있어서 불안하다", "현재의 소비생활에 변화를 주는 것이 싫다"는 반응도 존재했다고 한다.

[아시아 어프로치]고독한 미식가는 왜 현금만 낼까 QR코드가 적용된 스마트폰으로 구걸하고 있는 중국 노숙자들.


일본의 현금선호는 세븐은행이라는 곳의 성장을 봐도 알 수 있다. 세븐은행은 오로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특화한 비즈니스모델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에도 흔들리지 않는 유일한 은행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븐은행는 세븐일레븐재팬(38.09%)이 최대주주인데 2017회계연도(2017년 4월부터 2018년 2월까지)를 기준으로 총 자산은 1조230억엔, 예수금은 6230억엔, 당기순이익은 253억엔을 기록했다. 세븐은행의 ATM기는 대형은행에서 지방은행, 우체국, 신용금고, 농협 등의 금기관의 현금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영어와 프랑스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총 12개 언어가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대형은행 본점 1층이라면 해당은행의 ATM기가 있지 않고 세븐은행의 ATM기가 있다. 은행의 상식으로 보면 본사 건물 안에 다른 은행의 ATM기를 설치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ATM기의 경우 입금보다 예금한 돈을 인출할 때 이용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2016년 기준으로 세븐은행이 설치한 ATM기기의 연간 이용횟수는 7억 8000만회에 달하고 있다. 그 약80%가 현금인출이며, 1회 평균 인출금액은 3만 8000엔이다.


중국에선 "거지도 스마트폰으로 구걸"
일본은 소액결제 70%이상이 현금


2015년 기준으로 일본은 캐시리스(현금 외 결제수단)결제 비율은 18.4%로 한국(89.1%), 중국(60%), 캐나다(55.4%) 등 주요국의 결제비율이 40~60%에 도달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캐시리스 결제 비율(대민 최종 소비지출)을 2025년에 4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건 상태다. 야노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일본 캐시리스 결제시장 규모는 2018년도가 약 82조엔, 2019년도는 90조 엔에 육박하면서 2020년도는 100조 엔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말 등장한 페이페이(PayPay)다. 손정의의 소프트뱅크와 야후재팬이 설립한 페이페이는 2018년 12월 4일부터 2019년 3월까지 '100억 엔을 줘버리자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은 소비자들이 페이페이를 통해 결제한 금액 중 최대 20%를 향후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환원해줌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총 100억 엔(약 1079억 원)을 캐시백 하겠다는 내용이다. 해당 캠페인은 '페이페이 대란'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10일만인 2018년 12월 13일 환급액이 100억 엔에 달하여 캠페인 자금이 모두 소진되면서 조기종료했다.

[아시아 어프로치]고독한 미식가는 왜 현금만 낼까 구입 금액의 20%를 환원해주는 페이페이(PayPay)의 100억 엔 돌려주기 캠페인 화면.



일본의 리서치 회사인 밸류스의 조사에 의하면 2019년 2월 기준 페이페이 애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약 774만 명에 달하고 599만 명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 페이페이는 모바일 결제 시장의 후발주자였으나, 해당 캠페인 발표 직후인 2018년 11월부터 이용자 수가 급속하게 증가하기 시작해 현재는 경쟁 서비스인 라쿠텐페이(330만 명), 오리가미(141만 명)를 제치고 이용자 수 1위를 기록했다. 도쿄올림픽을 앞둔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캐시리스의 정착을 위해서 노력하면서 2020년에는 소비자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 있어서도 캐시리스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독한 미식가'의 시즌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모르지만, 이노가시라 고로가 현금 대신 모바일 결제로 음식값을 치르는 모습을 보게 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이경호 편집기획팀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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