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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도 안난 獨부동산에 4600억 투자한 국내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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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4600억원 규모의 독일 부동산개발 파생결합증권(DLS)들의 만기가 줄줄이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상품이 투자한 독일 헤리티지재단 부지 개발사업 중 일부는 사업 인허가 신청조차 안 돼 현지 개발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들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계약 만기에 원금과 수익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게 됐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잇따라 각종 계약위반이나 사기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2면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ㆍ키움증권ㆍKB증권이 발행하고 신한금융투자가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DLS가 개발 인허가 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당초 계획대로 제때 진행되지 않은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된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헤리티지 DLS는 NH투자증권(3080억원), 키움증권(980억원), KB증권(600억원) 등 총 4660억원어치가 발행됐으며, 이들 상품 가운데 3620억원어치를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했다. 나머지 상품은 SK증권과 NH증권이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내년 12월까지 만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하게 된다.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DLS는 싱가포르 반자란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부동산 펀드 수익률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반자란의 부동산 펀드는 독일 돌핀트러스트(현 저먼프로퍼티그룹)가 시행하는 부동산개발 사업을 위한 담보대출에 투자했다. 돌핀트러스트는 독일 정부가 문화재(기념물보존등재건물)로 지정한 부동산을 매입한 후 고급 주거시설 등으로 재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설계와 변경 허가를 받은 뒤 선분양이나 매각을 통해 수익을 내 투자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그러나 돌핀트러스트가 진행하는 사업 중 일부는 인허가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독일 실사를 다녀온 뒤에야 이런 사실을 파악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현지에서 진행 중인 사업 중 일부가 인허가 신청이 안 된 것이 있다"며 "신청까지 가는 것에 여러 가지 단계가 있는데 그 단계에서 지연이 된 것으로 인허가 신청 자체를 안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DLS를 발행·판매한 국내 증권사들은 공동으로 이번 사건 대응에 나섰다. 이들 증권사들은 이미 인가가 늦어진 일부 부동산은 팔았으며 나머지도 상황에 맞게 매각 등의 방식을 통해 자금을 마련, 상환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금이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초기 가입자들의 만기상환 연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일부 자산이 팔리고 있는 상황이며 인허가가 지연되는 것들도 (현지 시행사가)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우선순위를 두는 등 자금 상환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투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법무실이나 외부 법무법인과 함께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DLS는 '블라인드 펀드'로, 투자자들이 해당 부동산 개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인허가나 분양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는지 등 위험요인을 확인하기 어렵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완성 프로젝트는 위험도가 높아 기관도 투자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부동산개발 인허가 신청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개발 여부조차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투자금이 당초 예정과 달리 다른 용도 및 투자 건에 쓰일 가능성도 있고개발사업이 진행된다고 해도 수익 구간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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