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기침체 경고 : 부자들이 지갑 닫았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미국 부자들이 갑작스럽게 소비를 줄이면서 경기침체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고급 부동산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고 럭셔리자동차, 사치품 등의 판매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월마트, 타깃 등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유통업체들은 호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경제매체 CNBC는 28일(현지시간) '새로운 경기침체 경고: 부자들이 돈을 쓰지 않는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미국 내 전반적인 소비력이 탄탄한 상황에서 부유층의 씀씀이만 위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현재 미국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상류층이라고 꼽았다. 부유층에서 시작된 소비위축이 전반적으로 퍼지면서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맨해튼 등 고급 부동산은 6개 분기 연속 판매가 줄었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에서 150만달러(약 18억2000만원) 이상의 주택 판매는 전년 대비 5% 감소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저택, 펜트하우스가 쌓여있고, 특히 콜로라도주 애스펀, 뉴욕주 햄프턴 등지의 호화 부동산 매물은 약 3년 만에 최대 수준이라고 CNBC는 전했다.

상위 1%를 겨냥한 소매업체들도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고급 백화점 바니스 뉴욕은 이달 초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노드스트롬은 3개 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는 월마트와 타깃 등 중저가 소매업체들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중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달 페블비치 자동차 경매에서 100만달러 이상에 판매되는 차는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7만5000달러 이하의 차량은 재빠르게 팔려나갔다. 상반기 소더비, 크리스티 등의 예술품 경매 판매도 수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1년 전보다 소더비 경매 매출은 10%, 크리스티 경매 매출은 22% 줄어들었다.

미국 내 부유층들이 지출을 더 줄일 경우 더 넓은 부문에서 경제적 여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비지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며 "고소득자들이 향후에도 소비를 줄인다면 경기 확장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유층들은 지갑을 닫는 대신 저축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부자들의 저축액은 2배 이상 증가했다.

CNBC는 이 같은 추세의 배경으로 변동성이 큰 시장과 글로벌 성장 둔화를 꼽았다. 상위 10%가 미국의 주식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며 최근 주식과 채권 시장의 변동에 부자들이 훨씬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다수 부유층들이 해외에서 사업을 하거나 해외 비중이 높은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어 이들의 소비 축소는 향후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