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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톱니모양 병뚜껑에 숨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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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톱니모양 병뚜껑에 숨은 과학 왕관병뚜껑 생산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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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평소 병 속에 든 술이나 음료를 마실 때 병뚜껑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여름이다 보니 병 속 내용물의 냉장 여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만, 마시기 직전까지 내용물이 잘 보존될 수 있게 해준 도구에 대해서는 대체로 관심이 없습니다.


액체로 된 술이나 음료가 유통될 수 있는 것은 병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페트병이 대세지만 원조는 유리병이지요. 그리고 이 병 속에 액체를 넣고 밖으로 새지 않으면서 원래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병뚜껑 때문입니다.


병뚜껑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종류는 톱니모양 병뚜껑입니다. 이 병뚜껑은 왕관과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왕관병뚜껑(Crown cap)'이라고 불립니다. 왕관병뚜껑은 1892년 미국인 윌리엄 페인터가 처음 개발해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병뚜껑입니다. 코카콜라와 사이다, 맥주의 병뚜껑은 대부분 이 왕관병뚜껑입니다.


그런데 이 병뚜껑의 톱니 수가 21개라는 것은 알고 계셨나요? 이 톱니 수는 병의 크기나 국가에 관계없이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왕관병뚜껑의 톱니 수는 모두가 21개로 똑같습니다.


19세기 후반 서구에서는 병에 든 탄산음료가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그러나 보관이 늘 문제였지요. 와인처럼 코르크 마개로 병을 막으면 미생물이 번식해 내용물이 변질되거나 뚜껑을 열 때 기포가 올라와 내용물이 대부분 쏟아지기 일쑤였습니다.


페인터는 1887년에 이미 트위스트캡처럼 반복 사용할 수 있는 병뚜껑을 개발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반복 사용하다보니 용기나 뚜껑이 망가져 내용물에도 문제가 생겼고, 일부 업자가 내용물만 바꿔 더 비싸게 파는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재사용할 수 없는 병뚜껑의 필요성이 대두한 것입니다.


페인터는 재사용할 수 없고, 탄산이 새 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밀봉할 수 있는 병뚜껑 연구에 착수합니다. 그러다가 우유병의 입구를 헝겊과 끈으로 묶어 우유가 새지 않게 한 것처럼 톱니로 병 입구를 꽉 물리면 탄산이 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페인터는 5년에 걸쳐 수백 번의 실험을 거친 결과 병뚜껑의 톱니 수를 21개로 결정합니다. 톱니 수가 적으면 탄산을 병 안에 완벽하게 밀봉하기 어렵고, 톱니 수가 많으면 뚜껑이 병을 너무 꽉 물어서 뚜껑을 따기가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톱니 수는 철저한 수학적 계산에 따른 결과물입니다. 원 안에 정삼각형을 놓으면 꼭지점의 수는 3개가 됩니다. 정삼각형이 둘이면 꼭지점은 6, 셋이면 9, 넷이면 12 등으로 꼭지점의 수가 늘어납니다.


이 꼭지점의 수가 톱니의 수인데 이 톱니로 병 입구를 눌러 막았을 때 가장 완벽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톱니 수가 21개였던 것이지요. 톱니 수가 21개보다 적으면 병 속 탄산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유통 중에 뚜껑이 열리거나 공기가 들어가 내용물이 부패할 수 있고, 그보다 많으면 병뚜껑을 따면서 유리병이 깨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페인터도 초창기에는 톱니 수 24개의 병뚜껑으로 특허를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뚜껑을 따다 병이 깨지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톱니 수 21개로도 충분히 탄산이 밀봉되는데다 병이 깨지지도 않자 톱니 수를 21개로 낮춰 다시 특허를 신청한 것입니다.


페트병의 경우 돌려서 따는 트위스트캡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 트위스트캡의 안쪽에도 톱니가 있습니다. 그 톱니의 수도 21개입니다. 재사용하더라도 최대한 용기를 밀폐할 수 있고 잘 따지는 톱니의 수는 21개이기 때문입니다.

[과학을읽다]톱니모양 병뚜껑에 숨은 과학 자동화 공정에 따라 청량음료수가 담긴 병입구를 왕관병뚜껑으로 닫고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용기의 밀폐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병뚜껑을 보조하는 장치가 하나 더 돼 있습니다. 유리인 병과 금속인 병뚜껑만으로는 공기나 탄산가스 등의 완전한 밀폐가 불가능합니다. 유리와 금속의 딱딱한 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입니다.


왕관 병뚜껑이든, 트위스트캡이든 병뚜껑 내부에는 유연성 소재인 LDPE가 함께 장착돼 있습니다. LDPE는 분자 구조가 간단한 수지 중 하나로 무색무취이며 화학성분에 강해 주로 음식을 포장하는 용기로 제작되는 석유화학물질입니다.


금속성인 투박한 모양의 병뚜껑. 뚜껑을 딸 때도 도구를 이용해야만 하는 불편함에도 첫 선을 보인지 120년을 훌쩍 넘은 오늘날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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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생산비용을 들 수 있습니다. 놀라운 과학기술이 적용된 병뚜껑이 등장하고, 돌려따는 트위스트캡의 생산비용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역시 최고 가성비는 '왕관병뚜껑'이기 때문입니다. 병뚜껑을 딸 때 들을 수 있는 '뻐엉' 소리가 사라지는데 대한 아쉬움도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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