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예술적 방법론 시도하며 유럽에서 입지 다져온 기획자
"문학과 음악 적극 차용해 경계 확장된 개념 제시"
덴마크의 전시기획자 야콥 파브리시우스(49)가 내년 9월 열리는 부산비엔날레에서 전시감독을 맡는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두 달여 간 공개 모집과 추천위원회, 선정위원회를 거쳐 파브리시우스를 적격자로 선정했다고 29일 전했다. 다양한 예술적 방법론을 시도하며 유럽에서 입지를 다져온 기획자다. 덴마크에서 가장 오랜 역사(102년)를 자랑하는 현대미술관 쿤스트할 오르후스에서 예술감독으로 일한다. 덴마크예술재단 시각예술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한다.
파브리시우스 감독은 코펜하겐대학에서 미술사, 서식스대학에서 현대문화를 각각 전공했다. 덴마크는 물론 스페인,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서 20여 년 동안 기획자로 경력을 쌓았다. 주로 사회적 문맥을 반영한 전시와 공공장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예술과 문화, 지역을 아우르는 다양한 예술적 방법론을 시도했다. 한국과 인연은 처음이 아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주한덴마크대사관, 주한영국문화원이 지난 2월 공동 주최한 'ARKO 국제심포지엄 2019'에서 예술 지원의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국과 덴마크의 예술 정책과 지원 체계를 비교 분석하고 올바른 지원 방향을 고민했다.
다양한 경험은 청년성과 역동성, 개방성을 추구하는 부산비엔날레의 가치에 부합한다고 평가된다. 조직위원회는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지역성과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전시 기획안을 제시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문학과 음악을 적극적으로 차용해 경계가 확장된 개념을 제시했고, 후각과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의 활용 가능성을 설파해 높은 관심과 기대를 이끌어냈다"고 했다. 파브리시우스 감독은 이달 말 부산을 찾아 전시장 등을 둘러보며 지역성에 대한 연구를 심화한다. 아울러 국내 작가들을 만나 전시 기획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김성연 집행위원장은 "부산과 한국 미술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라며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협업할 것으로 예상한다. 동시대 예술 장르들을 아우르는 동시에 부산의 도시 정체성을 녹여낸 전시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부산비엔날레는 짝수 해마다 열리는 국제적인 현대미술 전시다. 부산 청년예술가들이 1981년 자발적으로 만든 부산청년비엔날레가 전신이다. 부산의 도시 정체성을 표현하면서 실험적이고 역동성 넘치는 전시를 펼쳐 동시대 미술계에 새로운 시선을 부여한다고 평가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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