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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정치적 올바름에 기댄 디즈니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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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실사영화에 흑인 캐스팅...보다 넓은 관객층 겨냥
정작 흑인들의 이야기에는 관심 적어...백인우월주의 가리키는 역효과 유발할 수도

[이종길의 영화읽기]정치적 올바름에 기댄 디즈니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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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 베일리(19)가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실사영화 주연을 맡아 말들이 많다. 흑인이라는 이유가 크다.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 아리엘은 빨간 머리의 백인. 청아한 목소리와 진취적 사고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월트디즈니는 당시 흥행으로 10년 이상 계속된 부진을 털어내고 제2의 르네상스를 맞았다. 그동안 만든 애니메이션을 하나씩 실사화할 만큼 공룡 기업이 됐다.


애니메이션을 추억하는 관객이라면 머릿속에 각인된 아리엘이 그대로 재현되길 바랄 거다. 옛 기억을 환기하며 당시 감성에 흠뻑 젖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결국 지금의 논란은 통과 의례에 가깝다. 인종 차별과는 별개의 문제다. 월트디즈니는 근래 많은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제작했다.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이다. 모두 주연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의 느낌이 강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내년 봄 개봉하는 '뮬란'도 다르지 않다. 중국 남북조시대 여성 영웅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중국 출신의 류이페이(劉亦菲)를 캐스팅했으나, 눈이 상대적으로 크고 표정이 다채롭지 않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이종길의 영화읽기]정치적 올바름에 기댄 디즈니의 자신감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인어공주는 피부색을 바꿔 이보다 더 큰 논란에 휩싸였다. 롭 마샬(59) 감독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목소리는 물론 정신, 열정, 순수함, 젊음 등을 모두 소유한 드문 인재"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월트디즈니도 "그녀만큼 역할에 필요한 요건을 두루 갖춘 배우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애초 흑인 공주를 염두에 두고 오디션을 진행했다. 아깝게 캐스팅이 불발된 헤일리 킬고어와 젠다야 콜맨도 흑인계다.


월트디즈니는 근래 흑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데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올해 가장 흥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만 봐도 알 수 있다. 대규모 전투 신에서 스파이더맨이 위험에 처하자 여성 히어로들이 한데 모인다. 의도가 다분한 연출이라서 매끄러운 전개를 방해한다. 월트디즈니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인종의 다양성과 여성의 주체성을 고양하는데 도움이 되면 그만이라는 배짱이다. 지난 8일에는 '가엾고 불행한 영혼들에 보내는 공개편지'라는 제목으로 인어공주의 캐스팅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을 향해 글도 올렸다.


"덴마크 '사람'이 흑인일 수 있으니까 덴마크 '인어'도 흑인일 수 있다. 흑인인 덴마크 사람과 인어가 '유전적으로' 빨간 머리를 갖는 것도 가능하다. (중략)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애니메이션에 나온 이미지랑 맞지 않는다'며 베일리의 캐스팅이 탁월한 선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저런…"


[이종길의 영화읽기]정치적 올바름에 기댄 디즈니의 자신감


정치적 올바름에 기대고 있어서 가능한 비아냥이다. 보다 넓은 관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인다. 변화하는 시대적 사고를 담으려는 시도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월트디즈니는 정작 흑인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데 큰 관심이 없다. 유명한 주인공의 피부색을 바꾸거나 차별적 요소를 단순히 나열하는데 그친다. 흑인 감독을 고용한 사례도 '블랙팬서'의 라이언 쿠글러(33) 정도. 각각에 큰 의미를 부여해 다른 문제를 향한 비판을 차단하는 장치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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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는 한계를 넘을 수 있을까. 이질적인 존재가 왕자와 사랑을 나눈다는 서사는 인종차별적 요소를 담기에 적합할 수 있다. 아리엘이 적극적인 행동으로 주변 이들의 생각을 깨우기에 매력적이다. 그러나 왕자가 백인일 경우 포크 등 문명을 알려주는 구도 등은 오히려 백인우월주의를 가리키는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시련이 깊어지기에 이야기에 쌓이는 힘은 더 커질 거다.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이야기를 각색하느냐에 승패 여부가 달린 셈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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