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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온유의 느·낌·표]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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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온유의 느·낌·표]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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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하나를 꼽으라면 2005년 MBC에서 방영된 '내 이름은 김삼순'일 테다. 후덕한 '노처녀' 김선아(김삼순 역)와 싸가지 없는 '재벌남' 현빈(현진헌)의 연상연하 러브스토리는 전국의 여심을 사로잡으며 시청률 50%를 찍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나로서는 극이 의도한 대로 김삼순을 막연히 나이 많은 여자로 생각했는데, 딱 서른이 되던 해 인터넷을 뒤지다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김삼순이 고작 서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김자옥(박봉숙-김삼순의 어머니 역)으로부터 매일 같이 결혼 타박을 듣고, 마흔 넘은 돈 많은 남자와 선을 보던 김삼순이 고작 서른이었다니!


내가 15년 전에 태어났다면 김삼순과 같은 취급을 받았으려나.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적어도 노처녀라는 단어가 (개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회적 금기어로 자리잡은 지금에 사는 것이 다행이라 느껴졌다. 물론 적어도라는 단어에서 눈치 챘겠지만 나이 많은 여자에 대한 편견 혹은 압박이 전부 없어진 건 아니다. 여전히 명절에 듣기 싫은 잔소리 1위는 '결혼 언제 하니?'이니 말이다.


새 책 '제가 결혼을 안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결혼 안 한 30대 여자가 흔히 겪는 현실을 거침없는 입담으로 풀어놓는 에세이집이다. 칼럼집으로 소개돼 있지만 거의 모든 글에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는 바, 에세이집이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책 소개부터 굉장히 흥미롭다. 특히 '결혼적령기'라는 아무 쓸모 없는 사회적 기준 안에 있는 여자에겐 더욱 그럴테다.


'이 책은 아버지가 보시면 혈압이 상승하고, 어머니가 보시면 기미가 늘어나는 아주 숭악한 책입니다. 남성이 보셔도 두피에 열감이 생겨 탈모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대체 누가 보는 것이냐! 결혼을 하면 뭐가 좋을지 도통 모르겠고, 이 풍진 세상에다 애를 왜 낳아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제법 똑똑하고 유머러스하며 삶을 즐길 줄 알고 일도 열심히 하는데 명절만 되면 노처녀라는 천인공노할 누명을 쓴는 바로 당신!'


1부 노처녀라는 재미 없는 농담, 2부 전기장판 위의 사색, 3부 엄마는 내가 왜 좋아에는 저자가 지목한 당신에 포함된다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들이 즐비했다.


책의 기둥이 되는 건 조석간으로 결혼을 닦달하는 아버지, 어머니다. "아부지 나이가 내일모레면 일흔이여. 이제는 예전처럼 뭐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어. 세상만사 다 귀찮은 거를 네가 알 턱이 없지. 머리털 허옇게 센 거 봐라. 이러다가 끽하면 죽는 거여. 그러니까 아부지가 쪼끔이라도 기운 남았을 때 네가 시집을 가야지 않겠냐. (중략) 이년아, 그래서 너는 시집을 가겠다는 거여 말겠다는 거여!"


저자는 제 밥벌이 하며 나름대로 행복하게 사는 자신이 부모의 골칫거리가 되어버린 현실을 통탄하며 글을 써내려간다. 30대 여자의 서러움이 어디 이것뿐일까. 저자는 열아홉에 좋아했던 보신탕집 아들 '개고기'로부터 오랜만의 연락을 받은 일부터 새벽까지 술을 들이부은 다음날 숙취에 쩔어 있는 모습으로 과거의 썸남을 마주친 일까지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들의 연속들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에세이 하나가 있는데, 제목은 바로 '노처녀는 잘 살고 있습니다'다. 노처녀 히스테리가 단순히 나이 든 여자의 짜증이 아님을 꽤 설명하는 글인데, 꽤 명쾌하고 똑부러진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내 이름은 김삼순이 방영되던 시절보다야 낫지만 노처녀라는 단어를 자제할 뿐 노처녀 히스테리 같은 인식은 여전하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적에는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못했다. 상대방이 언짢을까 봐. 그런 그가 우리를 헐뜯을까 봐. 결국에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힐까 봐 두려워서 말이다. 그런데 세상을 좀 살아보니 남보다는 내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다른 이의 눈치를 살피며 행동하는 대신, 싫은 건 싫다고 얘기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주장하게 된 것뿐이다." 이렇게 말했는데도 노처녀 히스테리로 본다면 우리 탓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고, 우리 정말 잘 살고 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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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이주윤 지음/한빛비즈/1만4000원>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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