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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법 개정논의와 국친사상(國親思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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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 찬 소년 품어줄 사회는 없나]<2>청소년 범죄 '엄벌화 정책' 실패한 일본
소년법 개정논의와 국친사상(國親思想) 강경래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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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중학생을 집단 폭행한 뒤 15층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인천 중학생 추락 사건'을 계기로 소년법 개정 논의가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소년법 개정 논의는 흉악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활발해지곤 한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소년법 폐지 청원은 29만여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의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다.


소년법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처벌이 너무 관대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요구는 더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엄벌화 법률 개정 쪽에 집중된다. 아예 소년법을 폐지해 청소년도 성인과 같은 수준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소년법을 논할 때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있다. 바로 '국친사상(國親思想)'이다. 국친사상은 소년법의 법적ㆍ이념적 근거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용어다. 즉 국가는 모든 국민의 보호자로서 부모가 없거나 혹은 있다 해도 적절한 보호와 양육을 기대할 수 없는 소년(비행소년)에 대해서는 국가가 부모를 대신해 보호자 지위에서 소년을 보호한다는 개념이다. 비행소년의 처우 절차와 심판 과정 그리고 처분에 이르기까지 소년법원은 부모와 같은 배려를 갖도록 요구받는다. 따라서 소년법원에서 이뤄지는 처분은 '보호처분'이 되며, 이는 '보호'라는 용어 때문에 관대한 법률이라는 인식을 하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국친사상이 단순히 온화하고 관대한 부모만을 상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때론 엄격한 역할도 필요하다. 소년법 제32조에 규정된 보호처분도 그릇된 행동(비행)을 한 소년의 개별 상황에 따라 온화하거나 관대한 처분부터 엄격한 처분까지 매우 다양한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6호 처분부터 10호 처분까지의 보호처분은 시설에 강제로 수용된다는 점에서 자유형과 유사한 성격을 띠며, 교육(부모 입장에서의)이 강제되고 이후에 다른 비행을 범하면 더 중한 처분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매우 무겁다고 볼 수 있다.


소년법에선 국가가 관대한 부모의 역할을 할지, 엄격한 역할을 할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 비행 사실뿐 아니라 자질과 보호자 관련 사항, 가정환경과 보호자의 보호 능력 등 광범위한 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비행 청소년의 비행성 해소와 더불어 가장 적합한 부모의 역할을 결정하려면 소년에 대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조사가 필수다. 만약 이 같은 조사 없이 단순히 비행의 경중에 초점을 맞춘 처분이 나올 경우, 비행성 해소를 위한 부모의 역할과 실제 처벌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면서 결과적으로 재비행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비행소년의 자질과 비행 원인 등을 조사하는 독립된 소년분류심사원은 서울소년분류심사원 1곳에 불과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소년 범죄는 줄고 있으나 재범률은 증가세다. 이는 소년의 비행성 해소를 위한 보호 조치 선택, 즉 국가의 '부모로서의 역할' 선택이 올바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10대 범죄가 발생하면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이에 정치권은 앞다퉈 엄벌을 주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현행 소년법이 국친의 역할을 충실히 다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반성은 없다. 특정 사건 발생에 따른 법 개정 논의보다는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년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지 더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강경래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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