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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 '유소년 지도자 한우물'…비주류의 통쾌한 반란
최종수정 2019.06.12 11:19기사입력 2019.06.12 11:19

정정용 U-20 축구대표팀 감독
선수 때 프로·대표팀 경험 없고, 부상으로 일찍 은퇴
U-20 월드컵 대표 선수들과 원팀으로 새 길 개척

[사람人] '유소년 지도자 한우물'…비주류의 통쾌한 반란 정정용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김형민 기자] 정정용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폴란드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을 앞두고 최덕주 중앙대 감독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우승 기운을 팍팍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최 감독은 17세 이하(U-17) 여자 대표팀을 지휘해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U-17 월드컵에서 정상에 올랐다. 남녀를 통틀어 우리나라의 FIFA 주관대회 첫 결승 진출과 우승까지 달성한 지도자로부터 격려를 받아 같은 목표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대신한 것이다. 문자는 효험이 있었다. 대표팀은 12일 준결승전에서 에콰도르를 1-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유소년과 성인대표팀을 아울러 FIFA 대회에서 한국 남자축구가 이제껏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한 것이다.


◆비주류서 명장으로, 세계에 각인= 정정용 감독이야말로 이번 대회가 낳은 '히트상품'이다. 그는 국내 축구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지도자가 아니었다. 선수시절 축구 명문대나 프로무대, 대표팀을 거치지 않은 철저한 비주류였다. 대구 출신인 그는 신암초-청구중ㆍ고-경일대를 거쳐 1992년 창단한 이랜드 푸마로 진출했다. 프로가 아닌 실업팀이었다. 포지션은 중앙 수비수. 그러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부상이 겹치면서 1997년 만 스물여덟살의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이후 용인 태성중 감독으로 지도자에 입문한 뒤 할렐루야 코치를 거쳐 2006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했다.


U-20 대표팀 감독은 그동안 박성화, 홍명보, 신태용 등 선수시절 국가대표와 프로무대에서 이름을 날린 지도자들이 거쳐간 자리다. 정 감독이 이 팀의 지휘봉을 잡아 내로라하는 지도자들을 능가하는 성적을 올렸다. 상대 허를 찌르는 전술과 끈끈한 조직력으로 우리 대표팀이 연달아 승리하자 경쟁팀들의 평가가 달라졌다. 특히 8강에서 우리와 승부차기 접전을 벌인 유수프 다보 세네갈 감독은 "한국이 이렇게까지 강한 팀인 줄 몰랐다"며 "여기까지 올 자격이 있을 만큼 강한 팀"이라고 평가했다.


[사람人] '유소년 지도자 한우물'…비주류의 통쾌한 반란 우리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에서 에콰도르에 1-0으로 이겨 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결승골을 넣은 최준이 정정용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행동하는 10년 대계(大計)= 정 감독은 '유소년이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구호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2014년 프로축구 대구FC 수석코치로 잠시 몸담은 것을 제외하면 연령별 대표팀 코치와 감독으로 '한우물'을 팠다. 대구FC 감독에 부임해 그를 수석코치로 발탁했던 최덕주 감독은 "정 감독이 유소년 선수들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며 "뛰어난 선수들로 팀을 꾸려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화려하지 않았던 자신의 선수시절에 대한 아쉬움을 만회하고 싶은 바람을 투영한 것이다. 대구에서 1년 만에 코치를 그만두고 "프로팀 지도자로 계속 도전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최 감독의 조언에도 다시 협회 전임지도자로 복귀한 이유다. 최 감독은 "(정 감독은)온순한 성격이지만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지도할 때는 딱 부러지게 한다"며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결단력뿐 아니라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십도 뛰어나다"고 했다.


[사람人] '유소년 지도자 한우물'…비주류의 통쾌한 반란 우리나라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에서 에콰도르를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하자 정정용 U-20 대표팀 정정용 감독과 인창수 코치 등 코칭스태프들이 포옹하며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꾸역꾸역 '원팀'= 정 감독은 1999~2001년생이 주축인 이번 대표팀과 각별하다. 이들이 17세 이하(U-17) 대표였던 2016년부터 호흡을 맞췄다. U-20 월드컵 본선 출전권 획득을 비롯해 강팀과의 크고 작은 국제대회를 경험하며 팀워크를 다졌다. 선수들과 편안하게 소통하면서도 팀 분위기를 저해할 때는 따끔하게 질책한다. 개개인의 성향을 꿰뚫는데다 신뢰가 돈독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한 기자회견에서는 자청해서 "이 나이 선수들은 예민하고 질투심도 많다"며 "특정 선수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 각 위치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골고루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시련도 겪으면서 2년에 걸쳐 만들어진 팀이라 정신력이 다른 팀보다 강하다"면서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꾸역꾸역 팀'"이라고 강조했다. 마냥 투혼만 내세우진 않는다. 현 대표팀 21명 가운데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4명, 국내 프로팀 소속도 즐비하다.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는 우리 선수들을 보며 실력과 눈높이를 키운 태극전사들을 지휘하기 위해 축구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정 감독은 훈련과 경기 외 시간의 대부분을 전술 연구를 비롯한 공부에 매진한다"고 말했다. 취재진 앞에서 경기를 복기하고 팀에 대한 견해를 쏟아내면서 "이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할 정도다.


오늘의 승리는 정 감독이 유소년 육성에 10여년간 공들인 결과물이다. 그는 "우리 유소년 축구의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며 "한국축구가 세계무대에서도 경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오는 16일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 대해서도 "'꾸역꾸역 팀'으로서 남은 한 경기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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