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버스노조가 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실시한 9일 서울의 한 버스업체 차고지에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이날 투표 결과에 따라 오는 15일 서울 시내버스 전체 노선 운행 중단여부가 결정 된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전국 10곳 이상의 광역시도 버스 기사들이 참여하는 전국 규모의 '버스 파업'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12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 등에 따르면 서울·경기·부산 등 전국 광역시도 10곳의 버스노조가 오는 15일 전국 동시 총파업을 결의했다.
자동차노련 산하 서울·경기 등 지역 9곳의 버스노조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투표 조합원 대비 약 96.6%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재적 조합원 3만5493명 중 3만2322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약 91.1%를 보였다. 파업 참여 지자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경남 창원도 파업 행렬에 합류했다. 지난 10일 창원시 시내버스노동조합협의회 7개 시내버스는 조합원의 90.5%가 찬성표를 던져 파업이 가결됐다. 파업이 가결되면서 7개 시내버스 회사 노조는 오는 15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이같은 전국 규모의 파업은 사상 처음이다. 1990년대 중반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인천 등 6대 도시 버스노조가 임금·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공동행동을 선언하고 파업까지 예고한 바 있다. 당시는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되지 않은 시점으로 노사 간의 임금 인상이 주요한 협상 주제였다. 버스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버스에서 나온 모든 수입을 일괄적으로 모은 다음 각 버스회사에 분배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협상 막판 임금 요구안 등에서 노사가 합의하며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990년 후반 이후에는 지역별로 산별적인 파업이 있었지만 전국 규모로 커지지는 못했다.
9일 서울 서초구 서울 버스노조 대흥교통지회 사무실에서 임형택지회장이 총파업 찬반 투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최호경 수습기자
이번 파업은 주 52시간 근무제도의 도입에 따라 공통 의제가 형성돼 전국 규모로 커졌다. 자동차노련은 지난달 29일 주52시간 근무제도 도입에 따른 ▲손실 임금 보전 ▲만 63세 정년 연장(현 만 61세) ▲추가 인력 확보 등을 주장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해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버스기사의 주당 근무시간이 지난해7월1일부터는 68시간, 오는7월1일부터는 52시간으로 단축되기로 결정됐지만 변화에 대한 준비는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기존 버스 기사들은 초과 근무 수당이 깎여 실질 소득 감소되는 결과를 참기 힘든 분위기다. 이번 파업은 이런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그간 버스 파업이 전국 규모로 벌어지지 않았던 것은 당사자들이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파업 전 합의를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버스는 대중교통 중에서도 가장 연결망이 촘촘하다. 지하철·열차 등 여타의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에도 버스는 운행한다. '시민의 발'로 불리는 이유다. 다른 교통수단보다 중단으로 인한 파급력이 더 큰 것이 버스다. 정부·지자체의 중재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부ㆍ지자체, 사측과 노동자 측 모두 한 발씩 양보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종합연구본부장은 "주 52시간 근무로 노동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이 줄어드는 부분을 노동자 측과 사측, 지자체 등이 이해하고 타협해 나가야할 시점"이라며 "지방자치단체들도 보조금 등을 통해 일정 부분 보전 대책을 세우거나 불필요한 노선을 줄이는 식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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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열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버스업계 총파업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국토교통부 등이 참여하는 당정이 14일로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버스 대란을 막기 위해 주말 동안 쟁의 조정 역할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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