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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아버지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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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부성애의 다양한 모습들

[이종길의 영화읽기]아버지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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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에게 자결을 강요하는 영조, '그렇게…' 뒤바뀐 친자들 사랑의 참모습

딸 찾는 아빠의 절박함 '괴물' 속 호소, 납치된 딸 구출 고강도 액션 '테이큰'

딸 지키려는 무일푼 소설가와 지적장애 아빠…사랑이 만드는 기적같은 감동과 재미


"긴 말 하지 말자."


영화 '사도(2014년)'에서 영조(송강호)는 무릎 꿇은 아들 사도세자(유아인) 앞에 장검을 던진다. "자결하라. 내가 죽으면 나라가 망하지만, 네가 죽으면 300년 종사는 보전할 수 있다." "조선의 국법에 자격이라는 형벌도 있습니까? 저에게 죄가 있다면 의금부로 넘기십시오." "이것은 나랏일이 아니고 집안일이다. 나는 지금 가장으로서 애비를 죽이려고 한 자식을 처분하는 것이야." "언제부터 나를 세자로 생각하고,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


이쯤 되면 부자 관계는 파탄이 난 것 같다. 실제로 역사는 비극으로 흘렀다.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혔고, 여드레 만에 숨졌다. 그런데 이 영화는 참담한 결말 속에서 부성애를 부각한다. 사도세자만큼은 고통 없이 제대로 왕권을 이어받길 바라는 마음이다. 과도한 집착을 떨쳐내지 못해 폐해가 생겼다고 해석한다.


[이종길의 영화읽기]아버지의 이름으로


"너를 제대로 된 임금 만들려고 그런 것 아니더냐. 네가 실수할 때마다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아니?" "그게 어찌 내 실수 때문이겠소? 아버지가 왕이 되는 과정에서 신하들에게 약점을 잡혀 전전긍긍한 것이지." (중략) "나는 임금도 싫고 권력도 싫소. 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 마디였소."


부성애는 본능적인 모성애와 다르다고 한다. 의식적이고 의지적인 사랑에 가깝다고 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년)'에서 친자가 뒤바뀐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유다이(릴리 프랭키)는 그 정도의 차이를 가리킨다. 키즈카페에서 료타는 의자에 앉아 커피를 즐기지만, 유다이는 공놀이를 하며 아이들과 놀아준다. "힘드네요. 료타씨는 나보다 젊으니까 아이와 함께 있을 시간을 더 만들지 그래요." "여러 형태의 가족이 있는 것도 괜찮잖아요." "목욕도 같이 안 한다면서요?" "우리 집은 무엇이든 혼자서 하는 게 방침이거든요." "방침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걸 귀찮아하면 안 돼요."


[이종길의 영화읽기]아버지의 이름으로


료타는 6년간 키운 케이타(니노미야 케이타)를 유다이에게 보내고 피붙이인 류세이(황 쇼겐)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좀처럼 정을 붙이지 못한다. 케이타와 6년간 나눈 정을 잊지 못해서다. 회개와 반성으로 이어져 가족의 희망을 밝히는 빛이 된다. 료타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대중영화에서 부성애를 이 정도로 세밀하게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이 절대적 사랑으로 묘사하고 넘어간다. 가령 아이를 빼앗길 위기를 제시하고 되찾는 과정을 부각하는 식이다. 대체로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관객 1000만 명 이상을 돌파한 한국영화 열여덟 편 가운데 '명량(2014년)', '국제시장(2014년)', '괴물(2006년)', '7번방의 선물(2013년)', '신과함께: 인과 연(2018년)', '택시운전사(2017년)', '부산행(2016년)', '해운대(2009년)' 등 여덟 편에 부성애를 강조하는 대목이 나온다. 대개 주인공인 아버지가 희생정신을 발휘한다.


[이종길의 영화읽기]아버지의 이름으로


괴물에서 박강두(송강호)는 딸 박현서(고아성)를 괴물에게 잃고 절망하지만 뒤늦게 생존을 확인하고 구출을 결심한다. 절박한 마음은 경찰과의 대화에서 단번에 나타난다. "따님 박현서. 당산여중 1학년. 사망자 명단에 있잖아요." "당산여중 맞는데. 사망자인데요. 사망을 안 했어요." 부산행에서 석우(공유)는 좀비 떼로부터 딸 수안(김수안)을 지키며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한다. 뚜렷한 변화는 분주하고 바쁜 삶으로 부성애를 잊게 되는 녹록치 않은 현실을 자각하게 한다. "걱정하지 마. 아빠가 엄마한테 꼭 데려다줄게."


자식을 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흔하디흔하다. 다양한 장르에서 만날 수 있다. 액션물인 '테이큰(2008년)'에서 킴(매기 그레이스)은 아버지 브라이언(리암 니슨)과 전화 통화를 하다가 납치를 당한다. "180㎝, 오른손 문신, 달하고 별." 더 이상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브라이언은 침착한 말투로 경고한다. "네가 누군지 모른다. 무얼 원하는지도 모르고. 몸값을 원한다면, 안 됐지만 돈이 없다. 다만 남다른 재주는 있지. 밥 먹고 해온 짓이 그런 거라서. 너 같은 놈은 치를 떨 상대거든. 지금 딸을 놓아준다면 여기서 끝내겠다. 너희를 찾지 않을 거다. 하지만 아니라면 너희를 찾을 거다. 찾아내서 죽여 버릴 거다."


[이종길의 영화읽기]아버지의 이름으로


위기는 합법적으로도 찾아온다. 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이유로 양육권을 박탈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파더 앤 도터(2015년)'에서 홀아비가 된 제이크 데이비스(러셀 크로우)는 처형에게 딸 케이티(카일리 로저스)를 빼앗길 위기에 놓인다.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소설을 쓰는데 몰두한다. 이 때문에 딸과의 관계가 서먹해지지만 진심을 다해 어르고 달랜다. "돈 좀 없니? 포테이토칩(케이티의 애칭)? 혹시 돼지저금통에 6만 달러쯤 없어? 우리 아기. 그러지 말고 나와. 침대 밑에 숨으면 뭐해. 이렇게 금방 들키는걸. 얘야. 아빠는 지금 최선을 다 하고 있어."


[이종길의 영화읽기]아버지의 이름으로


'아이 엠 샘(2001년)'의 샘 도슨(숀 펜)도 사랑을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적장애 때문에 지능은 일곱 살에서 멈췄지만, 딸 루시(다코다 패닝)를 향한 마음은 누구보다 크다. 그는 법정에서 진심을 다해 호소한다. "폴 매카트니가 '미셸'을 썼을 때 첫 부분만 썼다고 애니가 그랬어요. 존 레논한테 그걸 줬고, 레논은 다음을 추가했어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사랑해요.' 레논 덕분에 명곡이 된 거에요. 그래서 1970년 4월10일 비틀즈가 해체되자 전 세계가 울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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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아버지의 이름으로


꼭 진실이 아니어도 좋다. '인생은 아름다워(1997년)'에서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어린 아들이 수용소의 실상을 알고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거짓말을 한다. 온갖 고초를 당하지만 행여 아들이 눈치를 챌 세라 모든 것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연기한다. 때로는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독일군을 속일 만큼 영민하고 대담하다. 수용소 규칙을 제멋대로 통역한다. 부성애로 빚는 놀라운 기적이다. "이제부터 게임을 시작하겠다.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은 제외한다. 1000점을 먼저 따는 사람이 우승한다. 상품은 (아들이 좋아하는) 탱크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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