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장 측정기·적외선 모션 탐지기 등 각종 장비 이용해 귀신 탐지 '인기'
2월과 4월, 광주·울산서 잇따라 방송 중 시신 발견…앞으로 더 활개칠 듯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여기는 진짜 기운이 안 좋습니다. 장비 써 볼게요.“
밤 12시가 넘은 시간,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는 BJ 최씨(38)는 인적이 끊긴 한 동네를 배회하고 있다. 그가 찾은 곳은 문을 닫고 방치된 지 오래된 한 모텔 건물이다. 그는 건물 내부로 들어가 지하 1층 주점 내부와 모텔 객실들을 카메라로 비추고 있었다.
중간중간 이상한 소리가 난다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던 최씨는 "장비를 써보겠다"고 했다. 이른바 '고박스'로 불리는 주파수 검사기다. 요란스럽게 치직거리는 고박스를 켠 채 돌아다니며 허공에 말을 걸었다. "몇 살이야?", "여기 있니?", "왜 죽었어?" 등 이어지는 질문에 '귀신의 대답'은 없다.
그러자 BJ는 다른 장비들을 줄줄이 꺼내 사용했다. 자기장의 변화를 감지해 그 세기에 따라 불이 들어오는 EMF 측정기, 적외선 탐지기가 탑재된 모션 인식기 등 그 종류는 4~5가지에 달했다. BJ는 각 장비들의 가격이 수십만원대라는 점을 강조하며 귀신의 존재를 포착할 수 있다고 방송 내내 강조했다.
최씨처럼 흉가나 폐건물 등을 찾아 탐험하는 내용의 '흉가 체험 방송'이 1인 방송 플랫폼에서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경쟁적으로 발굴해내는 '폐건물'들은 사실 출입이 금지된 사유지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허락 받지 않은 흉가 체험 방송도 엄밀히 말해 불법이다.
실제 일부 BJ들은 이런 방송을 하다가 주거침입죄 등으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BJ들은 방송 중 경찰차가 보이면 플래시를 끄고 숨는 등 민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의 해괴한 방송 행태가 지속되는 것은 이런 체험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시청자들은 더 공포스럽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원하고, '돈'을 원하는 BJ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BJ들은 시청자들로부터 플랫폼마다 별풍선ㆍ팝콘 등으로 달리 불리는 '미션 수행금'을 받고 방송을 진행한다.
불법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흉가 체험 방송은 더 활개를 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과 4월 이런 방송을 하던 BJ가 정말 '시신'을 발견한 일 때문이다. 지난달 한 BJ는 경남 울산의 온천숙박업소 폐건물에서 체험 방송을 하다가 변사자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자살로 추정됐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BJ는 유명세를 탔고 이후에도 유사한 방송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불법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흉가 체험 방송이 성행하는 것은 건물주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이상 제대로 입건되는 사례가 없어서다. 방송을 본 시청자가 신고를 해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전부다.
경찰 관계자는 “상업적 이익을 위해서 사유지에 들어가는 행동은 죄질이 좋지 않지만,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건물주에게 연락을 하더라도 내버려 두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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