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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눈물없는 시대의 감탄과 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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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눈물없는 시대의 감탄과 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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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구나! 절로 감탄이 터져나왔다. 삼월삼짇날인 4월7일, 날 맞춰 제비가 돌아왔다. 휘파람새의 파공음이나 직박구리의 울부짖음과는 단연코 다른 지저귐이 새벽잠을 흔들었기에 그들의 귀환을 눈치챘다. 암수 한 쌍 먼저 별동대로 날아온 것인지 다른 제비들은 보이지 않는다. 남쪽 처마 둥지에 앉아 한참 비뱃쫑거리는 걸 보니 작년 이맘 때 그 둥지가 멀쩡한 것을 확인하고 기뻐 노래하는 듯했다. 이 두 마리가 먼저 날아온 후 일주일 뒤 세 쌍의 제비들이 더 귀환했다. 짐작하건대 우리 집 처마 여섯 군데서 한철을 나던 치들인 듯했다.


제주의 사월은 제비가 돌아와야 절정이다. 마치 절집에서 운판(雲板)을 울려 '허공(공계중)에 떠돌아다니는 모든 것들의 괴로움과 아픔을 덜어주는' 것처럼 제비의 노랫소리는 4월의 삼라만상이 미망의 어둠에서 기지개를 켜게 하는 힘이다. 명랑한 노랫소리와 힘찬 날갯짓에 화답하듯 4월의 뜨락은 한층 더 수런거린다. 귤농부에게 더욱 반가운 풍경은 영롱한 진주알을 꿰어 놓은 듯 귤꽃의 꽃눈들이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4월은 귤농부에게 더욱더 감탄의 계절이다. 꽃눈들이 달리는 수를 가늠해 올해의 귤 수확을 짐작할 수 있기에 아침저녁으로 살피며 돌잡이 어르듯 애지중지하는 것이다.

제주의 사월만 어디 칸타빌레의 화음이던가? 서울을 비롯한 육지부에서도 제비들이 돌아오는 계절이면 진달래, 개나리가 다퉈 피고 벚꽃이 만개해 도회의 밤거리에도 감탄이 넘쳐난다.


그런데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법이어서, 이리도 벅찬 감탄의 계절이기에 4월의 한쪽엔 비탄의 풍경도 만만치 않다. '제주4ㆍ3' '기억하라 4ㆍ16' '4ㆍ19혁명'. 그래서 우리에게 4월은 '메멘토 모리'의 계절이기도 하다. 5년 전 4월엔 제비의 귀환도 남다르게 보였다. 유심히 보니 작년 가을에 떠난 그 무리가 다 귀환한 것이 아닌 듯했다. 마침 '4월16'일을 겪은 며칠 뒤여서 비탄의 감정이 여전하던 때였다. 그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스스로 위로한답시고 쥐어짜듯 비탄의 풍경을 비유로 그려냈다.


새들이 사무치는 방식은 침묵//아흔아홉쯤은 묻었다/개흙 같은 남지나해//(중략)삐이, 우두머리가/선회비행을 하고/살아남은 자들은/깊게 꼬리깃을 내린다//제비 새들이/사무치게 침묵하는/선명한 진혼의 시각/나는 한마디도 못 거들고/우두커니 턱 받치고/서있다.(졸시 '어느 귀환의 방식')


우리는 다시 4월을 만나, 때로 감탄하고 때로 비탄한다. 눈물 없는 시대에 눈물을 소환해주는 4월이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것이리라!


이 시대의 일부는 비탄의 사실(史實) 앞에서 '지겹다, 이제 그만하자!'고 손사래를 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건 진영이나 관점의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기본적인 인간정신의 문제다.


인간의 땅이면서 공감하고 같이 울어주지 못하는 모둠살이라면 아프리카의 사바나와 다름없다. 그래서 우리가 '사람다운 사람'이려면 감탄과 비탄을 함께 껴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돌을 갖다놓으면서 세계를 건설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행동주의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말이다. 여기 '자신의 돌'에는 감탄과 비탄이라는, 사람이어서 지극히 당연한 정신작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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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 시인ㆍ제주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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