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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고시원⑥]가깝지만 먼 판자촌의 현실 "작은 불씨에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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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고시원⑥]가깝지만 먼 판자촌의 현실 "작은 불씨에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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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가스불을 사용하실 때는 자리를 비우지 마세요."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은 화재의 원인이므로 사용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몇 발 떼기가 무섭게 화재 위험을 경고하는 노란 플래카드가 줄줄이 걸려있었다. '가스불'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같은 곳엔 빨간색으로 강조를 해뒀다. 선명한 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채색 마을 곳곳에 걸린 원색 플래카드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플래카드 뒤로는 작은 불씨에도 금방 타고 없어질 목재, 합판, 스티로폼, 비닐 등으로 만든 '판잣집'들이 위태롭게 줄지어 있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쓰레기와 공용 화장실에서 쏟아져 나오는 악취로 가득한 이곳은 적막했다. 이른 오후 뚫린 합판 사이로 새어 나오는 형광등 불빛이 인기척을 대신했다. 양재대로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강남'에선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 단지에 분주하게 차들이 오가고 있었다.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닿을 거리지만 이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12일 오후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 판자촌' 개포동 구룡마을의 풍경이다.


[외딴섬 고시원⑥]가깝지만 먼 판자촌의 현실 "작은 불씨에도 속수무책"


구룡마을 곳곳에 노란 플래카드가 붙은 데엔 이유가 있다. 이곳에선 2012년부터 2017년까지 8차례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로 사람이 죽거나 다쳤지만 좁은 공간에 여러 가구가 거주하는 열악한 환경 속 작은 불씨에도 속수무책이었다. 판잣집 뿐만이 아니다. 고시원, 쪽방, 여관ㆍ여인숙 등 비주거시설에선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 등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비주택 주거실태 파악 및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는 불에 타기 쉬운 자재로 만들어진 건물과 대피에 어려운 실내구조, 건물 내 환기 및 소방시설의 부재, 소방ㆍ응급 차량이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도로, 초기 대응과 대피에 불리한 노인ㆍ환자가 많은 인구 특성 등이 결합돼 비주거시설에서는 작은 화재도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 비주거시설인 고시원의 경우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4~87건 화재가 발생했으며 12명이 사망했다(소방청 화재통계). 지난해 11월 7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종로구 국일 고시원 역시 한 거주자가 늦가을 새벽 추위를 견디기 위해 켠 난방기기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실태 파악과 최소한의 안전 시설 확충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참사 이후인 올해 역시 지난 11일까지 발생한 고시원 화재는 12건이나 된다.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주택 이외의 거처 거주 가구 수는 2015년 39만3792가구로 10년 만에 59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가구의 증가율 20.3%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들 중 약 25만 가구가 주거취약계층이다. 비주거시설의 열악한 환경은 화재뿐만 아니라 겨울철 '동사' 등 다양한 인명 피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2012년 구룡마을에서는 추운 겨울 바깥에 있는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동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해 건강권 역시 침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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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라니 파르하는 유엔(UN) 주거권특보는 "홈리스의 증가, 강제철거의 지속, 부담가능한 주택의 감소 등 여러 가지 주거 문제가 존재하지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삶을 위협하는 비주택 관련 문제들이 새로운 지구적 경제질서의 고정된 양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야 말로 가장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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