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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작약/박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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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집 마당에 함박 핀 작약을 못 보았다 늦었다는 건 여지없이 함부로 당신을 떠나 있었다는 말 충실한 꽃의 작별을 일별할 때 흰나비가 날아 작약 푸른 잎에 날개를 접는다 나비 옆에서 열무가 자라는 것을 어여삐, 마침내 동그랗게 등을 완성한 어머니가 바라본다 꽃이 가고 나비가 일고 어머니 곰곰 지는 일 착란처럼 찬란한 찰나가 일순 점 하나로 정지하는 일 봄은 저렇게 무심한 풍경들로 이루어져 있다



[오후 한 詩]작약/박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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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고 문득 윤제림 시인이 쓴 ?꽃을 심었다?가 떠올랐다. “마침내 동그랗게 등을 완성한 어머니”와 “어머니 곰곰 지는 일”이라는 구절들 때문이었다. ?꽃을 심었다?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할머니를 심었다. 꼭꼭 밟아 주었다. 청주 한 병을 다 부어 주고 산을 내려왔다. 광탄면 용미리. 유명한 석불 근처다.//봄이면 할미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곧 봄이 오면 할미꽃도 피고 뒤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작약도 “함박” 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찬란”한 “무심”함 앞에 “여지없이” 한동안 “정지”해 있을 것이 틀림없다. 두 시인의 할머니와 어머니 덕분이다. 두 편 다 웅숭깊은 시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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