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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포토라인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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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년전 쯤이다. 기자는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선 적이 있다.


당시 모 방송사에 재직 중이던 기자는 그 회사 노조위원장과 함께 방송사의 대표였던 모 스님을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하러 갔다가 언론사들의 요청으로 포토라인에 섰다.

요청에 따라 정해진 코스를 노조위원장과 걸어 들어 온 뒤, 지정된 장소에서 한 5분 정도 고발의 취지, 혐의내용 등을 간단히 설명했다. 지금도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그때의 사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참여연대 출신인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검찰청 포토라인의 단골손님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안 소장에 대한 사진은 포토라인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고발인으로 설 때가 많지만 피고발인, 심지어 피의자, 피고인으로 설 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자나 안진걸 소장을 범죄자라고 생각하거나 유죄의 선입견을 가지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기껏해야 ‘또 무슨 일을 벌였구나’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포토라인의 시작은 미국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포토라인’이라기 보다 ‘폴리스 라인(Police Line)’의 성격이 더 짙었던 모양이다.


기자들이 몰려서 다른 사람들의 출입이 어려워지니 ‘기자들은 이 선 밖으로 나가라’라는 취지로 경찰이 처음 그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폴리스라인’이 ‘포토라인’으로 바뀌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1993년 모 대선후보가 검찰청 소환과정에서 기자들을 피하려다 크게 다치는 상황이 벌어진 뒤 도입됐다.


계기는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포토라인 역시 ‘폴리스라인’의 성격이 없지 않은 셈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25년 넘게 포토라인은 ‘질서유지선’으로서 역할을 다해왔다.



그런데 요즘들어 갑자기 포토라인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포토라인에 서는 것 자체로 유죄의 심증을 주기 때문에 무죄추정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7년전 포토라인에 서 본 경험이 있는 기자로서는 이 주장에 도저히 동의하기 어렵다. 검찰청 포토라인의 단골손님인 안진걸 소장의 사례를 보더라도 ‘포토라인=유죄’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음은 명백하다.


공교롭게도 전직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의 주범’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뒤 갑자기 논란이 튀어나왔다는 점에서, 논란을 제기한 사람이 사법농단 피의자인 어떤 대법관을 구명하기 위한 탄원서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작금의 논의 배경에 깔린 저의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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