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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애 인권위원장 "블랙리스트 작성 알고도 묵인, 사과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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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지난 4개월 동안 청와대 부정 개입 등 자체 진상조사 실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부터 리스트 작성 추정
인권위 독립성 훼손·형법상 직권남용 등 관련자들 검찰 수사 의뢰

최영애 인권위원장 "블랙리스트 작성 알고도 묵인, 사과드린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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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과거 정권에서 청와대가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전달한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인권위가 묵과한 사실에 대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사과했다.

최 위원장은 11일 서울 중구 인권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권위는 2009년 청와대 관계자가 인권위 고위간부를 만나 블랙리스트를 전달한 의혹을 2012년 인지하고도 그냥 침묵해 인권위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유기하는 과오를 범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가인권위는 지난 7월부터 11월 초까지 4개월 동안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진행한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과거 권력기관인 청와대가 인권위에 부적절하게 개입하거나, 인권위 스스로가 인권침해를 하게 된 사건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과거를 청산하고자 실시됐다. 인권위는 조사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교수·인권활동가·변호사로 구성된 ‘진상조사 자문위원회’로부터 조사방향, 계획수립, 조사입회 등 조사전반에 대해 자문을 받았다.


진상조사 결과 청와대에서 작성한 ‘인권위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증거들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측은 해당 블랙리스트가 지난 2008년 10월2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대해 인권위가 경찰 측의 인권침해를 인정한 후에 본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블랙리스트는 2008년 경찰청 정보국에서 작성한 것과 2009년과 2010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에서 작성·관리한 것 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이 2009년 10월께 서울 중구 소재 더 플라자호텔에서 당시 인권위 전 사무총장에게 ‘이명박 정부와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며 촛불집회 직권조사 담당조사관이었던 김모 사무관 등 10여명이 포함된 인사기록카드를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영포빌딩에서 나온 경찰청 정보국의 블랙리스트는 인권위의 직원 성향을 진보와 보수로 나눠 '현안 관련 보고'로 작성됐다.


인권위는 블랙리스트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관련 인권위 업무활동(직권조사, 경찰징계 등 권고)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명박 정부가 진보성향 시민단체 출신의 인권위 별정·계약직 직원을 축출하고, 미처 축출하지 못한 직원에 대해서는 인권위 조직축소를 통해 사후관리 하고자 작성·전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청와대의 블랙리스트가 전달된 시점을 전후로 2명이 직권면직 되는 등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이들 중 총 4명의 직원이 인권위를 나갔다.


인권위는 인권위 블랙리스트 및 이를 통한 강제적 인권위 조직축소는 블랙리스트 명단 포함자에 대한 인권침해는 물론 인권위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자 형법상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비협조와 조사권한의 한계 등으로 밝히지 못한 명확한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할 계획이다.


아울러 법·제도적 조치 등 인권위 독립성 훼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대통령에게 권고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또한, 2011년 1월 장애인 인권활동가 우동민씨가 인권위 청사 점거 농성에 참여했다가 숨진 사건에 대해서는 스스로 인권침해를 인정했다.


우씨 사망 사건은 2010년 11월22일∼12월1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 소속 인권활동가들이 당시 인권위 건물 11층과 8∼12층을 점거, 농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인권활동가들은 인권위가 농성 장소의 난방과 전기 공급을 끊고, 활동 보조인들의 출입과 식사 반입을 제한한 탓에 우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도 이번 자체 조사에서 대체로 이런 사실을 받아들였다.


인권위에 따르면 우씨는 점거 농성에 참여하던 2010년 12월6일 오전 119구급대에 의해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같은 달 23일 기침과 열, 호흡곤란 등 증상으로 인제대 상계백병원 응급실을 통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우씨는 이듬해 1월2일 폐렴으로 인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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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이번 진상조사에서 인권위 청사 내 농성 참여 당시 환경이 우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못했지만, 당시 인권위의 조치가 우씨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활동 보조 지원을 받아야 하는 장애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최소한의 체온 유지를 위한 난방 조치 등을 소홀히 함으로써 당시 우 씨를 비롯한 활동가들의 인간 존엄과 가치를 침해했다"며 "향후 우 씨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와 인권위 차원의 인권 옹호자 선언 채택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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