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 새 가이드라인 발표…음란물 금지
문제는 제2의 텀블러, 국내 플랫폼 너무 많아
국회, 몰카 범죄 등 처벌 강화 개정안 가결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음란 영상과 사진을 유통하고도 그대로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Tumblr)가 오는 17일부터 음란물을 영구 허용하지 않겠다는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일종의 ‘음란물의 온상’으로 유명했던 텀블러가 이 같은 조처를 단행하면서 국내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부 텀블러 이용자들은 음란물을 촬영, 돈을 받고 판매하는 등 텀블러를 통한 불법촬영물 유통이 극심한 문제로 떠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텀블러가 자체 필터링을 통해 음란물 유통을 막아도 불법촬영물이 유통되는 현상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3일(현지 시간) 텀블러는 음란 콘텐츠 등 나체가 들어간 사진, 비디오, GIF 등의 콘텐츠를 플랫폼 내에서 금지한다고 밝혔다. 예외 사항은 고전 조각상이나 나체로 진행한 정치적 항의 등이다.
제프 도노포리오 텀블러 최고경영자(CEO)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번 정책 변경은 텀블러가 더 안전한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일환”이라며 “자체 검토 결과 성인물이 없을 때 사람들이 더 풍부한 자기표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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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음란물을 유통하는 국내 플랫폼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일례로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의 경우 지난 18일 자신의 현재 여자친구 또는 전 여자친구의 사진을 올리는 이른바 ‘여친인증’ 사고가 발생했다.
웹사이트가 불법촬영물의 온상이 된 셈이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운영자는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하지만 사진이 사이트에 올라오는 순간 이미 인터넷에 퍼지면서 삭제의 의미가 사라졌다. 사실상 불법촬영물이 유통된셈이다.
이 밖에도 작년 폐쇄 조처에 들어간 ‘제2의 소라넷’으로 불리던 음란물 사이트 ‘AV스눕’과 유사한 또 다른 사이트는 트위터를 통해 웹 주소를 홍보하고 있다. 이 사이트 역시 불법촬영물을 유통하고 불법 도박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전형적인 ‘음란물 유통 사이트’다.
앞서 폐쇄된 AV스눕은 회원 121만 명 규모의 대형 사이트로 게시된 음란물은 약 46만 건,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약 12만 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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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사이버 성폭력 특별단속 기간(8월 13일∼11월 20일) 중 음란물사이트 운영자 등 모두 328명을 검거해 이들 중 10명을 구속했다.
피의자 중에는 이른바 ‘비공개 촬영회’에서 찍힌 여성 모델 200명의 노출 사진을 불법 음란물사이트를 통해 유포한 남성들도 포함됐다.
또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불법촬영물, 일명 ‘몰카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517건에 불과했던 범죄 건수는 지난해 6470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종합하면 불법촬영물 범죄와 음란물사이트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몰카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2017년 법원이 판결을 내린 몰카 범죄 사건은 1심 선고 기준으로 7207건에 달했다.
2013년 933건, 2014년 1327건, 2015년 1474건, 2016년 1720건, 2017년 1753건으로 4년 만에 1.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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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자유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617건(8.5%)에 불과했고, 재산형 4012건(55.6%), 집행유예 1979건(27.4%), 선고유예 367건(5.0%)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몰카 범죄자 10명 가운데 9명이 실형을 선고받지 않고 풀려난 셈이다.
한편 국회는 지난달 29일 리벤지 포르노를 포함해 몰카 처벌 강화법인 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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