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이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지금은 현 관계에서 변화를 시도할 시점이 아니다.” 일본 닛산자동차 이사회가 카를로스 곤 회장을 만장일치로 해임한 직후 나온 프랑스 정부 고위당직자의 발언은 일종의 경고메시지로 읽힌다. 르노-닛산-미쓰비시 3사 연합체(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이끌어 온 곤 회장이 개인 비위로 코너에 몰리면서 ‘포스트 곤 체제’의 경영주도권을 둘러싼 일본 닛산과 르노, 르노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 당국자는 22일(현지시간) “지금은 닛산이 르노에 대한 지분참여를 확대하는 등 소유관계나 얼라이언스 관계에 변화를 도모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당국자는 “일본 역시 우리측에 ‘이 같은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면서도 “향후 논의 여지는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곤 회장의 갑작스러운 해임이 ‘닛산에 의한 쿠데타’라는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교차지분 형태로 얽혀있는 얼라이언스의 경영주도권을 잡기 위한 일본측의 움직임을 경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태를 내세워 닛산이 성급하게 지배구조 변경 등에 나설 경우, 르노의 대주주이자 지분 15%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드러낸 셈이다.
특히 곤 회장이 일본 검찰에 체포된 직후 즉각적으로 해임의사를 밝힌 닛산·미쓰비시측과 달리, 르노 이사회가 지난 20일 일본의 사법절차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곤 회장의 해임을 보류한 것도 양국 간 미묘한 온도차를 확인하게 한다. 다만 이 당국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음모론이 일고 있는 것을 안다”면서도 “그런 의혹은 너무 극단적”이라고 이번 사태가 국가 차원의 마찰로 확대되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는 양국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이 만남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좀처럼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닌 르노와 닛산 간 내부갈등, 알력싸움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른다. 곤 회장이 체포 직전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추진했고, 닛산측 경영진이 시가총액 기준 절반에 불과한 르노에 회사가 먹힐 것을 경계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닛산의 지분 43.4%를 보유한 르노는 닛산의 경영진 임명 등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반면, 닛산이 가진 르노의 지분은 15%로 의결권이 없다.
일본 언론들은 프랑스 정부의 향후 움직임을 좌우하는 요소로 현지 여론을 꼽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는 르노가 ‘프랑스 대표 기업’이라는 간판을 놓치는 사태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과 프랑스 간 연합차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중도우파 매체인 피가로는 이번 사태를 보도하며 ‘일본인은 배은망덕?’이라는 제목을 달았고, 레제코 역시 일본 검찰과 닛산 간 플리바게닝(사법거래)이 있었음을 전하면서 “곤 회장 축출을 목적으로 한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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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반면 일본 언론들은 연일 곤 회장의 비위 소식을 ‘변절된 카리스마’라고 상세히 보도하며 르노와 프랑스 경영진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표하고 있다. 전날 오후 닛산 요코하마 본사에서 개최된 이사회는 3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됐다. 통상 1시간 미만이었던 것과 달리 곤 회장의 비위 내용과 닛산 내부조사 결과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이 자리에서 대다수 이사들은 “너무 심하다”며 한탄을 표했다. 한 간부는 “르노와의 제휴 검토도 드디어 시작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NHK는 특히 만장일치로 곤 회장의 해임이 결정됐음을 보도하며 “내부 조사 설명을 듣고 프랑스측 (이사들)의 인식도 바뀐 것 같다”고 보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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