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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딸깍발이] 사회학의 이단아 부르디외 이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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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적 성찰성' 화두 던지고 떠난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세계 사회학 논문에 가장 많이 인용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성찰성이란 세계를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아틀라스의 두 발이 어디를 딛고 있는지 질문하는 일이다."


'사회학적 성찰성'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2002년 세상을 떠난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학계의 거장이라는 말로는 모두 설명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과학정보기구의 조사에 의하면 푸코, 하버마스, 기든스 등을 뛰어넘을 정도로 세계 사회학 논문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회학자다.

부르디외는 철학, 미학, 인류학, 교육학, 문화연구, 역사학, 법학, 정치학, 국제관계학, 교육학, 회계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제학술지의 주인공으로 다뤄졌다. 부르디외는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이질적인 분야의 학계에서 그의 연구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일까.


1930년 프랑스 남서부 지방인 베아른의 당갱에서 태어난 부르디외는 어렸을 때부터 반골 기질이 강한 아이였다. 프랑스 최고 엘리트 학교인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해 철학을 전공했지만 주류 철학자들의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비주류 철학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학계에서 당연하게 인정하던 내용을 분해하고 재해석하면서 인식의 토대를 확장했다.

[남산 딸깍발이] 사회학의 이단아 부르디외 이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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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의 이단아로 인식됐던 부르디외를 세계가 주목한 이유는 사회학의 과학적 정립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부르디외는 사회의 근원적인 폭력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아 '장(場)이론'을 내세웠다.


부르디외는 '모빌'의 이미지에 비유하면서 "다차원의 공간 속에서 서로 흔들어대는 여러 종류의 소우주들이 있다"고 말했다. 장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투쟁과 혁신은 무정부적인 혼란이 아니라 다양한 이성의 역사적인 진보를 이룬다는 얘기다.


부르디외는 장이론을 비롯해 '하비투스(지각과 이해·평가를 위한 정신적 범주)' '상징폭력' '구별 짓기' 등의 개념을 통해 사회학계의 연구 갈증을 해소하는 무대를 마련했다.


부르디외 연구의 중요한 특징은 철학과 사회과학의 융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점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세계적으로 마르크스주의가 흔들리던 상황에서 부르디외 비판사회학은 그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부르디외는 객관적인 지식을 생산하기 위해 자신의 위치 외 관점에 대한 사회학적 성찰을 강조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은 과학적인 지식은 공론의 장에 되돌려지면서 구성원의 성찰로 이어지고 사회 변혁의 토대가 된다는 얘기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부르디외는 어디에서 한 번 들어봤을 법한 인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부르디외 연구업적이 무엇인지, 그의 사상은 무엇을 지향하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부르디외와 관련한 국내 저자의 연구서는 한 손에 꼽을 수준이고, 학술 논문도 40편이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부르디외의 사회학적 전기인 '아틀라스의 발'은 우리 학계 이론문화 빈곤 해소에 도움을 주는 책이다.


프랑스 파리5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얻은 이상길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의 연구결과를 농축한 내용이다. 이 책의 1부 '지식인의 초상'은 부르디외 생애와 프랑스 정치·역사·학문적인 상황을 분석하는 내용이 담겼다.


2부 '이론적 지평'은 장이론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하면서 부르디외 사회학 전체를 가로지르는 인간관, 사회관, 언어관을 분석했다. 3부 '수용의 단층'은 우리 학계가 부르디외 이론을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 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검토했다.


이 교수가 15년이 넘게 부르디외에 천착해 그를 연구한 것은 어쩌면 숙명인지도 모른다. 이 교수는 "부르디외 사유 전체는 어떤 면에서 '지식인과 그의 활동에 대한 급진적 비판'이자, (지식인에 속하는) 사회학자로서의 근본적인 자기반성"이라고 말했다.

[남산 딸깍발이] 사회학의 이단아 부르디외 이용법



'포스트 식민 상황에서 부르디외 읽기'라는 부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처럼 이 책은 가볍게 읽을 내용이 아니다. 책에 담긴 단 몇 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이유는 이 교수의 설명에 답이 있다.


"부르디외 글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그의 까다롭고 특이한 문체에 먼저 질려 버릴 것이다. 어떤 때는 단 한 문장만으로도 책의 반쪽을 훌쩍 넘겨버릴 정도다. 새로운 개념과 전문용어로 가득한 그의 문장은 건조하면서도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문장이 어렵다고 담긴 내용의 가치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부르디외 이론은 이질적이거나 대립적인 수많은 이론이 약한 유대를 맺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론 문화의 확장과 발전을 위한 연구대상인 동시에 연구 방법으로써 이중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얘기다.


아틀라스의 발은 부르디외라는 인물과 그의 연구 업적은 물론이고 한국 번역서의 한계, 교육 활동의 과제에 대해 총체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이 교수는 비판적인 지식인이자 사상가 정도로만 이해하는 국내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이고 중동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부르디외 이해 수준은 협소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실천이론개요(1972년)' '실천감각(1980년)' '독신자들의 무도회(2002년)' 등 부르디외 대표작들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도 되지 않았다.


부르디외는 인용되기보다 이용돼야 할 인물이다. 부르디외 스스로도 장이론이 하나의 연구 프로그램으로써 새로운 조사 연구를 자극하고 촉진하길 기대했다. '학계의 거장'이라는 포장지 속에 가두지 말고 자신의 연구 내용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또 다른 학문 발전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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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말도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책이 부르디외 사유를 우리 이론문화 속에 의미 있는 생산적 자원으로 통합하고 우리 학계에 탈식민적 성찰성의 회로를 새롭게 작동하는 스위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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