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미중 무역전쟁, 결국 생산거점 옮기는 기업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생산거점을 옮기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시아와 멕시코 등으로 이전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덴산(일본전산)은 현재 중국에서 생산중인 미국 수출용 자동차 부품과 가전부품 일부를 멕시코공장으로 이전키로 했다. 올해 200억엔을 투자해 기존 멕시코 공장 인근에 새로운 시설도 설립키로 했다. 이전물량은 미국이 25% 추가관세를 부과키로한 자동차용 전동파워스티어링 모터, 가전제품 에어컨 부품 등이다.

나가모리 시게노부 덴산 회장은 전날 실적발표 회견에서 "무역전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며 비용상승분을 상쇄시키기 위한 생산라인 이전 검토 의사를 나타냈다.

파나소닉 역시 중국에서 생산키로 했던 자동차 스테레오 등 차량용 기기 일부를 멕시코와 태국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간 미국 테슬라에 수출해온 자동차 배터리 일부도 향후 관세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소닉 관계자는 제재 영향이 영업이익 기준 최대 100억엔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현지기업들조차 미국 수출 제품을 중심으로 국외에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중국 TCL은 멕시코 공장에서 액정TV 생산량을 확대해 중국 현지공장의 수출을 대체할 방침이다. 올해 생산대수는 300만~400만대로 전년 200만대보다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액정TV는 9월 현재 관세 발효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품목이 확대될 것에 대비한 조치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덧붙였다.

아직까지 중국에 대한 해외기업의 직접투자는 견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상반기 70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 늘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면서 점점 이전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지역별로는 동남아시아가 각광받고 있다. 태국의 한 업계 관계자는 "여러 거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블룸버그통신 역시 "기업들이 중국에서 공급체인을 이전할 준비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며 레녹스 인터내셔널, 필립스 등 주요 기업 경영진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레녹스 인터내셔널의 토드 블루돈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관세가 단기적일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동남아시아와 우리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저비용 국가로 이전함으로써 관세를 피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란스 반 오턴 필립스 CEO 역시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며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공급망을 재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품의 50% 상당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생산중인 타일숍의 로버트 러커 CEO는 "중국 관세문제로 이전을 검토 중"이라며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파워컨버터 제조업체인 바이코의 제임스 심슨 최고재무책임자는 "중국에서 조달된 부품의 양을 고려할 때 비용문제는 하찮지 않다"며 "중국 외 대체 공급업체를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생산라인을 직접적으로 이전하는 것은 물론, 주요 부품을 수입해온 업체들까지 다각화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