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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아직 총여학생회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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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아직 총여학생회가 필요합니다" 사진='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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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정호 기자] 지난달 성균관대학교 총여학생회(이하 총여)를 9년 만에 재건하겠다는 목소리가 일었으나 학내 반발에 부딪히며 현재는 총여 폐지 총투표까지 부쳐졌다. 페미니즘 운동이 대학가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서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되는 가운데, 성대 총여 재건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이하 '성성어디가') 측은 여전히 만연한 학내 성폭력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기구로서 총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성어디가' 소속 노서영(22) 씨는 총여 재건 운동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지난 3월 미투운동 당시 피해 교수님의 피해 사실과 이에 대한 학교의 대처 등이 부당하게 느껴져 일부 재학생들이 '성균관대학교 위드유특별위원회'라는 단체를 발족하고 학교 측에 가해 교수의 징계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선출직 대표가 아니라는 이유로 많은 한계를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선출직 대표인 학생대표자들에게 찾아가 협조와 연대를 요청했지만 이들의 대처 역시 미온적이었다. 급기야 이들은 학교와 면담을 마친 뒤 '학교 측과 피해 교수의 입장이 상충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며 "피해 교수 앞에서 '1심 판결은 유죄로 나왔지만 2심에서는 판결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하는 학교, 피해자에 연대하는 학생들을 '꼴페미'라고 비난하는 학내 분위기,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학생 대표자를 보며 학내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선출직 대표가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아직 총여학생회가 필요합니다" 지난달 12일 성균관대학교 총여학생회 재건을 주장하는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는가' 측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총여 선거 실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페이스북 페이지



◆총여, 꼭 필요한가?


최근 대학가에서는 '총여가 불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중 총여가 온전하게 남은 곳은 동국대학교뿐이다. 이에 대해 성대 여성주의 모임 '닻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손희원(20) 씨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구의 존폐가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지금 너네는 평등한데 왜 그런 기구가 필요해?'라는 외부의 목소리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며 "오히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총여학생회가 지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과대여학생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은진(21) 씨는 "현재 학내 유일한 여학생 자치기구인 문과대 여학생위원회는 가해자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사실상 권한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과대 여학생위원회에 성폭력 문제를 신고하거나 상담을 요청하는 여학생들이 많다"라며 "학내 기구로서 인권센터나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기구 외에 여학생들이 신뢰하고 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으며 학내 정책을 제안, 수립할 수 있는, 더 권위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총학이 성평등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학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총여를 폐지한 뒤, 여성주의 공약을 내걸고 총학 선거에 출마하면 되지 않나'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노 씨는 "총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자 마자 폐지투표가 부쳐진 상황으로 미뤄봤을 때, 만약 총학 선거에 여성주의 선본이 출마한다면 아마 선본 자료집이 나오자마자 찢기고 뜯기고, 선본원들에 대해 '얘네 메갈이다, 워마드다' 등의 비난이 쏟아져 선거를 완주하는 것도 힘들 것"이라며 "총여에 대한 비판이 결국 총여의 필요성이나 존폐에 대한 문제제기로 환원되는 것은 본질적으로 '총여냐 총학이냐'라는 질문이 아니라 '일상에서 여성들이 겪는 차별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갈린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세대학교에서 총여 재개편 투표가 진행될 당시 제기된, '총여의 형태로는 여성이 아닌 성소수자, 장애인 등 다른 약자들의 인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 노 씨는 "여학생 외 다른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대변돼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총여학생회를 폐지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며 "'총여가 성별이분법적이고 성소수자를 대표하지 못한다'라고 비판하는 학생대표자들이 정작 소수자 보호 기구나 성평등 기구를 설립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히려 학내 성소수자 모임과 장애인권 동아리 등에서도 총여 재건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당사자들(여성 외 다른 소수자들)이 아직 총여가 아직 필요하고, 아직 '우리의 인권에도 총여가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에게는 아직 총여학생회가 필요합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경영관 앞에서 진행된 '총여 진짜 필요해?' 야외 토론회 / 사진=연합뉴스



◆왜 남학생들은 총여 투표에서 배제돼야 하는가?


다른 소수자와의 연대를 강조하는 발언에 기자가 '소수자라고 해도 남성이라면 투표권은 주어지지 않는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노 씨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학적부 상 남성과 여성의 구분밖에 없다. 만약 지금 상태로 총여가 재건된다면 남성 소수자에게는 투표권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라면서도 "하지만 타 학교 사례를 보았을 때 회원 구분이 총여가 진행하는 사업 대상에 제약을 두는 것은 아니다. 또, 앞으로 총여가 우리 사회의 성별 이분법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학적부가 남녀로만 이뤄진 것에 대해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바꿔나가는 노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투표권은 총여 관련 논란에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이다. 특히 남학생들은 학생회비를 내는데도 불구하고 총여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현 씨는 "학생들이 낸 학생회비는 총학생회가 모두 모아서 정해진 비율에 따라 각 단과대에 내려보내게 된다. 원래 학생회비 자체가 A 단과대에는 투표권이 없는 B,C,D 단과대 학생의 학생회비가 하나로 통합된 뒤 나눠지는 형태로 운용되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봤을 때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노 씨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학 사회에서 성차별과 싸워 온 총여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80년대 총여가 처음 세워질 당시에는 총학만으로 학내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여학생에게만 투표권을 하나 더 주는 형태로 이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2018년에는 이 한 표가 더는 필요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라며 "총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아직 우리 사회는 불평등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이 한 표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왜 남성들에게는 총여 투표권이 없는가'가 아니라 '왜 여학생들에게는 하나의 투표권이 더 주어졌는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총여학생회의 결정이 학교 대내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도 불구하고 남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면 총여가 견제받지 않는 조직으로 군림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노 씨는 "여학생들 중에도 총여 재건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고, 또 페미니즘에도 다양한 목소리와 방식이 있다. 따라서 총여가 재건되면 마치 하나의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내부에서는 어떤 견제나 자정작용도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라며 "연세대 사례를 보더라도 남성들은 투표권이 없지만 총여에 엄청난 비판을 가했고, 심지어 폐지 총투표까지 시행됐다"고 반박했다.


◆폐지 총투표 발의 이후 대응 전략은?


"우리에게는 아직 총여학생회가 필요합니다" 사진='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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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에서는 오는 10일~12일 총여 폐지 총투표가 진행된다. 이 투표에서 투표권을 가진 이들 중 과반이 투표하고, 유효 투표수 중 과반이 찬성할 경우 총여 폐지가 의결된다. 노 씨는 총여 폐지 총투표에 대해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는 총투표의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고, 투표 자체를 보이콧할 계획이다"며 "이번 폐지 총투표는 전체 학생 10분의 1 발의로 진행된 연세대 경우와는 달리 대의원 3분의 1 발의로 이뤄진 것이라 학생 사회 내에서 총여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이 투표가 부당하고 총여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앞서 지난 6월 연세대에서 진행된 총여 재개편 투표에서는 사흘 동안 재적 학부생 중 55.16%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찬성 82.24%, 반대 14.96%, 기권 2.8%를 기록해 결국 재개편안이 가결된 바 있다.




고정호 기자 ko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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