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최저임금 맞춰 직원에 월 206만원 줘야…미용실 원장도 206만원 못 벌어
인건비 부담에 1인 미용숍 증가 등 경영환경 악화
미용사중앙회 4000여명 소상공인연대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총궐기대회 동참…최저임금 차등화 주장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미용실마다 다르지만 밥만 먹고 사는 데 천지입니다. 망원동 쪽은 80%가 월세 내기도 어렵다고 해요. 사장인 저도 꼬박 일 안 하면 남는 것도 없어요."
28일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미용실에서 만난 대표 미용사 임주한(45)씨는 이같이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중년 여성의 머리를 만지고 있던 그는 "미용사들은 거리 제한도 없어서 더욱 경쟁이 치열하다"며 "요즘 인건비 부담에 1인 미용숍으로 바꾼 곳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곳의 다른 디자이너 한 명은 추가 손님이 없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인근의 또 다른 미용실은 부득이하게 이달 초부터 가격을 올린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이 미용실 사장 김윤정(52ㆍ가명)씨는 "직원을 쓰고 있는데 인건비가 급격히 올라 경영이 점점 어려워져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더 올라 직원을 계속 쓸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서울 마포구의 한 미용실에 이달 초부터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 중구에서 매주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9시까지 혼자 미용실을 운영하는 경력 40여년의 미용사 신혜정(59ㆍ가명)씨는 월 200여만원을 벌고 있다. 신씨는 "2년마다 임대료가 10%씩 올랐는데 불황이라 그런지 작년부터 매출은 점점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미용사들은 단체 행동에까지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대한미용사회중앙회는 최저시급을 감당할 수 없다며 업종별 차등임금제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27일에도 광화문에서 차등 최저임금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29일 오후 4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소상공인연대의 최저임금제도 개선 총궐기대회에도 4000여명의 회원이 참석하기로 했다.
전국 미용실의 90% 이상이 영세 소상공인인데 직원 채용을 꺼리면서 영세한 1인 업소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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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대한미용사회중앙회장은 "내년 고시된 최저임금 8350원과 4대보험 등을 적용하면 샴푸도 못 하는 스태프에게 월 206만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미용실 원장도 206만원을 못 번다"며 "직원 채용을 포기하라는 것이냐"고 규탄했다. 최 회장은 "미용계 특성이 스태프로 초보 인력들이 현장에 와서 배우면서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구조"라며 "미용 산업의 특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해 미용사 양성 시스템마저 무너뜨리고 실습 기회를 박탈당한 직원들은 청년 실업자로 몰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해에 비해 내년까지 29%나 올린 일방적인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생존과 미용업의 미래를 위해 강력히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7일 서울 광화문 현대해상 건물 앞에 설치된 '소상공인 119민원센터'에서 최영희 대한미용사회중앙회 회장(왼쪽 여섯번째)과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왼쪽 일곱번째)이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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