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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시금치 한 단에 만원"…식당 요리·반찬서 자취 감췄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26초

폭염에 살인적 가격 인상…김밥전문점들 "오이, 부추로 대체"

홈플러스선 한단에 9990원영세사업장 타격 커

[르포]"시금치 한 단에 만원"…식당 요리·반찬서 자취 감췄다 홈플러스에선 지난 23일 기준 시금치 한 단이 9990원에 팔리고 있었다. 서울시내 모 홈플러스에서는 시금치 원물 수급이 원활치 않다며 안내문을 통해 소비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있다.(사진=최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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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시금치요? 아이구~ 요새 시금치 주먹 만한 한 단에 얼마인 줄 아세요? 만 원이야 만 원! 시금치 값이 금값이에요. 웬만한 곳에서 시금치 들어간 메뉴 찾기 어려울 거예요."

시금치 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분식점을 비롯한 식당에서 시금치가 사라졌다. 김밥 속 시금치는 오이와 부추로 대체됐고, 비빔밥 재료에서도 빠졌다. 가장 흔한 비타민의 보고로 알려진 시금치는 폭염이 한달 넘게 이어지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르포]"시금치 한 단에 만원"…식당 요리·반찬서 자취 감췄다

26일 오후 아시아경제가 화곡동, 양평동, 구로동, 신도림동 소재 분식전문점 총 9곳을 둘러본 결과 김밥ㆍ비빔밥 등을 포함한 전 메뉴에 시금치를 사용한다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수년전 김밥의 고급화를 표방하고 나선 김밥 전문점 A사를 비롯해 20년이 넘는 김밥 전문점 B사, B사와 유사한 상호의 C사 등의 개인 영업 매장에선 모두 시금치 대신 오이나 부추를 사용했다.


신도림동 소재 한 김밥전문점 직원 임 모씨는 "요즘같이 시금치값이 금값인 시기에 개인 영업장에서 시금치를 어떻게 쓰냐"면서 "주먹만한 양이 1400원 수준이던 시금치가 요새 한 단에 1만원까지 치솟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또 다른 김밥전문점 강 모 사장도 "김밥에 시금치를 넣지 않은 지 꽤 오래됐다"며 "대신 우엉과 당근을 이용해 식감을 내고 있다"고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시금치 도매가격은 4kg에 9만2229원으로 한달새 270.1%나 올랐다.평년(3만6676원)과 비교하면 151% 웃도는 수준이다.


[르포]"시금치 한 단에 만원"…식당 요리·반찬서 자취 감췄다


비빔밥, 보리밥 등이 주메뉴인 식당에서도 시금치는 취급하지 않았다. 화곡동 왕돈까스 왕냉면과 양평동 윤희 보리밥&칼국수 식당에서는 "10월 쯤이나 돼야 시금치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 양평동 더스테이트선유호텔에 들어선 한 브런치 식당에선 한판에 1만1000원을 받던 시금치 피자가 메뉴에서 삭제됐다. 이 매장 직원은 "열흘 전부터 시금치피자를 못 팔고있다"면서 "시금치 가격이 너무 비싸져 이달 안에는 다시 못 내놓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다만,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등은 시금치 메뉴를 정상적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외식업체의 경우 연간 단위로 농가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올해 폭염, 물가상승 등 특수 상황에서도 별 무리 없이 수급이 가능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 업장의 경우 일일 도매가에 따라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르포]"시금치 한 단에 만원"…식당 요리·반찬서 자취 감췄다



상황이 이쯤 되자 각 가정의 식탁에서도 시금치는 '귀하신 몸'이 됐다. 홈플러스에선 지난 23일 기준 시금치 한 단이 9990원에 판매됐고, 화곡시장 매대에선 아예 시금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상인들은 "시금치가 너무 비싸져 매대에 갖다 놓아도 팔리지 않아 아예 거래를 멈췄다"고 푸념했다.


화곡시장에서 만난 가정주부 김 모씨는 "가장 만만한 반찬이 시금치였는데 요즘엔 너무 비싸서 사먹을 수가 없다"면서 "시금치는 물론 오이, 양배추, 무 등 밑반찬용 재료들이 너무 올라 장아찌, 젓갈 등만 사다먹을 판"이라고 울상지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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