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소비 부양책 '코리아세일페스타'
올해 3회 행사, 9월28일부터 10월7일까지 열흘 단축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벤치마킹…대규모 할인 없어 실적은 저조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건국 이래 최대 쇼핑 축제'로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올해도 저조한 흥행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할인 행사로 올해는 예전보다 기간을 대폭 단축하며 집중도를 높였지만, 국내 유통 산업 구조상 큰 폭의 할인이 어려운데다 기업들도 시큰둥한 탓이다. 올해 예산도 지난해보다 40% 가량 쪼그라들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2018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다음달 28일부터 10월7일까지 열흘간 진행된다. 지난해 행사기간 38일에서 대폭 줄어든 것이다. 장기간 할인 행사의 경우 희소성이 떨어지는데다 참가 기업들의 피로 역시 누적된다는 지적에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짧고 굵은' 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쇼핑 집중도를 높여 내수를 촉진한다는 복안이다.
유통업계와 소비자들 반응은 시원찮다. 지난 세 차례 행사를 통해 효과를 체감하지 못해서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소비자들이 쇼핑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앞선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를 통해 매출에는 크게 도움이 안됐다"고 말했다.
2016년 9월29일부터 같은해 10월31일까지 33일 열린 1차 코리아세일페스타에는 유통기업 210개를 비롯해 341개 업체가 참여해 매출이 12.5% 증가했다. 민간소비지출 0.27%p, 국민총소득(GDP) 0.13%p 끌어올렸다. 지난해의 경우 참여업체가 446개로 늘었지만, '기저효과'로 매출은 5.1% 늘어나는데 그쳤고, 민간소비지출과 GDP도 각각 0.13%p와 0.06%p 증가에 머물렀다. 또 유통기업 192개가 참여 전년보다 오히려 줄었다.
무엇보다 국내 유통산업 구조로 인해 대규모 할인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코리아페스타 흥행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의 경우 백화점을 비롯한 대부분 유통 업태가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사들여 마진을 남기고 되파는 '직매입' 구조인 만큼 팔지 못한 재고를 반값 이상의 할인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형마트 등 일부 업태를 제외하면 제조사가 상품을 판매하면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다. 제조사가 할인율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제조사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위해 파격적인 할인 가격을 제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창고에 쌓여있는 재고를 떨기 위해 90%까지 할인 판매가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미리 구입한 소비자들이 '속았다'고 생각할수 있어 일년내내 비슷한 가격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만든다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쇼핑행사다. 2015년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된 이후 이듬해 코리아세일페스타로 명칭을 바꿔 올해 네 번째로 개최된다. 예산은 대폭 줄었다. 올해 예산은 34억원으로, 지난해 56억원에서 40% 가까이 삭감됐다. 주부 김선영씨는 "텔레비전을 새로 구입해야 하는데 파격적인 가격 할인이 없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렸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해외직구를 통해 쇼핑하겠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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