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대, 女수험생만 '감점'…부정행위 파문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일본의 한 의과대학이 입학시험에서 여성 수험생들의 점수를 일률적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합격자 성비를 조작해왔던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여자 의사는 출산 등으로 직장을 그만둘 경우가 많다는 이유로 여성합격자의 비율을 전체 합격자의 30% 이하로 조정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요미우리신문은 2일 관계자를 인용해 도쿄의과대 의학부에서 이 같은 조작이 2011년부터 이뤄져왔다고 보도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 대학의 입시부정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를 파악, 수사를 진행중이다. 도쿄의과대 역시 내부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의학부 입시는 수학, 과학, 영어 등 과목을 대상으로 400점 만점의 1차시험을 거친 후, 1차시험 합격자에 한해 논문, 면접 등 2차 시험(100점 만점)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점수조작은 시험배점이 큰 1차 시험에서 여성 수험생들의 점수를 일정 비율 깎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요미우리는 "대학 입시에서 성별로 구분해 점수를 조작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여성 수험생에게 불리한 방식이지만 응시자에 일체 설명조차 없이 2011년 께부터 계속돼왔다"고 보도했다.

이 대학은 여성 의사가 결혼, 출산 등으로 그만두거나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로 이 같은 부정을 이어왔다. 해당 대학의 전직 임원은 NNN 인터뷰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30%를 초과하면 안된다는 인식이 있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일률적으로 감점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남성의사가 대학병원 의료를 지탱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필요악, 암묵적으로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올해 도쿄의과대 의학과에 응시한 수험생은 남성 1596명, 여성 1018명이다. 남성의 1차 시험합격률은 18.9%로, 점수가 깎인 여성(14.5%)의 합격률을 훨씬 웃돌았다. 최종합격자의 경우 남성이 141명으로 합격률 8.8%인데 반해, 여성은 30명(합격률 2.9%)에 그쳤다.

전체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은 17.5%에 불과하다. 이 신문은 조작이 이뤄지기 전인 2010년께는 합격자의 40%가 여성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이 문부과학성 국장급 간부의 자녀 합격 청탁 부정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문부과학성은 관련 보도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측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는 입시시험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대응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상황이 확인되지 않은만큼 대학의 보고를 기다리고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뉴스는 야후 재팬의 국내 주요뉴스란을 절반 가까이 차지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인생이 달려있는 시험에 너무하다", "도쿄의과대만의 일이 아닐 수 있다", "무엇을 믿고 응시하면 좋을까, 충격이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여성 차별"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