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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으로 회귀한 기업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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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엔 정치 불안 따른 심리적 요인 크게 작용 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에 장기적 위협 우려


탄핵정국으로 회귀한 기업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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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김민영 기자] 기업ㆍ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경제 심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위축된 것은 최근 경제 상황이 극도의 정국 혼란 상황에 견줄 만큼 악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탄핵 정국 당시에는 국내 정치 불안은 물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크게 고조됐지만, 지금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각종 반(反)기업적 규제,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경제 여건이 나아지기보다는 악화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금리는 더 오르고 글로벌 무역 전쟁은 격화돼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려 혁신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전 산업 BSI는 75로 전월 대비 5포인트 급락해 지난해 2월 74를 기록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해 탄핵 정국 수준에 근접했다. 이달 CCSI는 101.0으로 전달(105.5)보다 4.5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16년 11월(6.4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기업의 생산ㆍ투자, 가계의 소비 활동이 모두 급격하게 위축된 것이다.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실체가 드러나면서 촛불시위가 확산하고,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된 때였다.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촛불시위가 지속된 지난해 1월에는 CCSI가 92.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박 전 대통형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확정된 지난해 3월에는 각종 지표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CCSI는 107.7까지 치솟아 전달보다 무려 6.9포인트나 급등했다. 지난해 11월 112.0까지 오른 CCSI는 올해 들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일반 국민의 소비 심리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상황과 연관돼 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탄핵 정국 당시 소비 심리가 악화하고 기업들의 투자가 중단된 것은 대내외적인 정치 불확실성에 기인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최저임금 논란과 악화한 고용 상황 등에 따른 경제적 요인과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ㆍ중 무역 전쟁 확산에 대한 불안감 등이 커지며 주식시장도 찬바람을 맞고 있다.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거래량이 2억주, 거래대금은 4조4000억원으로 모두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10시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5포인트(-0.07%) 내린 2291.96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탄핵 정국 당시인 2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탄핵 정국 때에는 정치 불안에 따른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지만, 현재의 경제 심리 악화는 기업 비용 증가와 이에 따른 고용 부진 지속 등 정부 정책 실패에 기인한 만큼 더욱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탄핵 정국 때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탄핵 정국 시절에는 국내 정치 불안 등의 요인들이 기업 경영에 장기적으로 위협을 줄 만한 요인이 아니었다"면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들은 기업 경영에 직접적으로,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정책들이라 기업 체감 심리가 계속 악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기업의 투자를 되살리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보면 기업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며 "투자의 성장 기여도를 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기업이 현 정부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거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접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세종=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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