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삼성생명 관련 "투자자보호 생각해야...칼로 자르듯 할 수 없어"

최종구 금융위원장 "대기업 법령에 턱걸이 할게 아니라 스스로 선진화된 기준 맞춰가야"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이 19일 취임 이후 미진하다고 평가 받는 재벌개혁 이슈와 관련 "다른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고 조치를 취하는 것은 시장안정도 기해야 하는 금융위 입장에서 취하기 어려운 접근방식이다"며 현실론을 피력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적용을 받는 대기업들이 법령에 간신히 턱걸이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진화된 수준을 맞춰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전남 목포 조선업체 현장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취임 1년동안 한 여러가지 일들과 관련해 재벌개혁이 미흡하다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운을 뗐다. 그는 "불합리한 행태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이와관련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칼로 자르듯이 다른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고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금융위원장 그러니까 시장안정도 기해야 하고 투자자보호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취하기 어려운 접근방식"이라고 밝혔다. 지금 당장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매각을 압박할 경우, 20조원에 달하는 지분이 시장에 풀려 시장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명백한 법령 위반은 지체하지 않고 시정조치를 가할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않고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징벌적 조치보다 시스템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매각과 관련해선 제도적 개선과 시스템을 먼저 만드는 것이 더 우선적이라는 말이다. 최 위원장은 그러면서 "대기업들이 법령에 턱걸이 하면 안된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지적은 적절하다"면서 "스스로 선진화를 하려고 해야 하고 일반 시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맞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재벌개혁과 관련해선 오너일가, 근로자, 협력업체, 주주등으로 이뤄진 사각형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동안 총수일가에 (힘이) 치우쳐져 여러 주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온 사례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재벌기업들이 계열사의 자금을 동원해 지배력을 확장시켜온 예도 언급했다. 그는 "큰 의사결정을 할 때 재벌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재벌개혁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과의 각종 현안에 대해 온도차가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결국 한식구고 금감원에서 어떤일이 일어나더라도 다 금융위의 책임이다"면서 "금감원과 금융위간에 의견을 잘 조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