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탈세·횡령·배임 등 혐의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두 딸과 부인에 이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이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부터 탈세·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의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30일 서울지방국세청은 조세포탈 혐의로 조 회장을 남부지검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조 회장 남매가 부친인 고(故) 조중훈 전 회장의 해외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 규모는 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조 회장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와 ‘통행세 납부’를 통해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부동산 관리·임대업을 하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거둬들이는 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조 회장 일가의 횡령·배임 의심 규모는 2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의 형제들은 이미 검찰에 잇따라 불려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5일 조 회장의 동생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소환했다. 지난 26일엔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4남매 중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장녀 조현숙씨를 제외한 전원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된 셈이다.
앞서 지난달 말 검찰은 한진빌딩, 대한항공 본사, 조남호·조정호 회장의 주거지와 사무실, 한진그룹 계열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른바 ‘물벼락 갑질’ 사건 이후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사정당국의 조사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1일 조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가 유리컵에 든 음료를 광고회사 직원들에게 뿌린 혐의 등으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소환돼 포토라인에 섰다.
지난달 28일과 30일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69)이 특수상해 및 상습폭행 등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 4일과 20일에는 서울중앙지법에 출석,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영장은 기각됐다.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4)은 지난달 24일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의혹으로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소환, ‘땅콩 회항’ 이후 4년 만에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4일엔 밀수·탈세 혐의로 인천본부세관에 출석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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