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이후 다우지수의 대표 기업이자 한때 미국 기업 시가총액 1위였던 GE가 26일자로 30개 대기업 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1일 뉴욕시장에서 GE 주가는 12.65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제 GE는 평범한 회사를 넘어서 별 볼 일 없는 회사로 확실하게 전락하고 말았다. 2001년 4월 잭 웰치가 회장에서 물러날 때의 60달러에 비하면 거의 낙하 수준이다. 잭 웰치가 이끈 20년의 기간 GE의 시가총액은 120억달러에서 2800억달러로 불어났고, 세계 최대의 복합기업이자 '아이콘' 기업이었다. GE 회장에서 물러날 즈음 그는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신화의 몰락이다.
잭 웰치가 물러난 지 18년 만에 벌어지고 있는 GE의 추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후임자들이 너무 무능한 탓일까. 제조업의 몰락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일까. 이멜트 회장 시절 GE의 몰락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은 일단 이멜트 회장에게 돌아가는 듯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모든 사태는 경영의 신이라는 잭 웰치가 초래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잭 웰치 회장의 전성기 시절부터 GE는 보이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엄청난 실적을 낸 걸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GE 이익의 60%는 금융회사인 GE캐피털에서 나왔다. 잭 웰치는 핵심 제조업, 서비스업, 기술 등을 그룹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제시했지만 정작 이익은 금융 부문과 방송 부문에서 나왔다. 탁월한 경영 전략과 혁신, 생산성 향상 등에서 경영성과가 나왔다기보다는 금융에 집중 투자한 덕택에 올린 착시효과나 크게 다름 없었다. 금융업의 호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GE캐피털도 직격탄을 맞았다.
게다가 한때 '프리미엄 복합기업'으로 칭송받았던 백화점식 경영은 시너지 효과는 없고 부담만 키웠다. 결국 후임자인 이멜트 회장은 2009년 방송사 NBC 유니버설에 이어 2015년 GE캐피털 자산의 90%를 매각했다. 잭 웰치 회장의 경영 실적을 지탱해준 양대 기둥을 팔아치운 것이다. 이른바 문어발식 확장이 독약이 된 셈이다. 물론 이멜트 회장도 비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는 동시에 제조업 디지털화를 선언하고 혁신에 앞장 섰으나 너무 늦었다. 결국 이멜트 회장은 발 빠른 변신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알고 보면 잭 웰치 회장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물러났다. 후임자인 플래너리 회장도 2018년을 '리셋(reset)'의 해로 선언하면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GE가 경영정상화에 성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산업 엔진 사업부를 매각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걸 보면 잭 웰치의 제국은 이제 해체 수준을 밟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GE의 몰락은 한국 기업들에도 큰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성공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는 교훈이다. 스스로 혁신의 상징이었던 GE는 어느 순간 성공에 도취돼 변화를 게을리하면서 평범한 기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끊임없는 혁신만이 경쟁력 유지의 비결이라는 평범한 교훈을 되새길 때다. 둘째, 이익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경쟁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업문화라는 점이다. 잭 웰치는 핵심부문의 경쟁력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업문화를 무너뜨렸고, 이는 보이지 않는 경쟁력 약화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구조조정이라는 명분하에 기업문화를 쉽게 버리는 한국 기업들로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그리고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이다. GE의 몰락은 산업구조의 급속한 디지털화가 도도한 대세임을 상징한다. 독일의 제조업 4.0에서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을 국가 차원에서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최성범 국민대 경영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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