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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죄악세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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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죄악세에 대한 단상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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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국산 담배의 수출이 전년 대비 28.3% 급감하였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가 있었다. 담배수출 1위 시장인 아랍에미리트(UAE)가 국민 건강에 유해한 생활방식을 바로잡는다는 이유로 작년 10월부터 담배에 ‘죄악세’ 성격의 특별소비세 100%를 적용한 탓이라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도 2016년 6월 담배, 탄산음료에 죄악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비단 중동국가만이 아니라 태국에서도 작년부터 담배, 주류 및 당분 함유 음료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가 대폭 인상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시도 청량음료의 소비를 막기 위해 죄악세를 부과하고 있다.


죄악세(sin tax)는 담배, 청량음료, 패스트푸드, 마리화나 등에 매기는 세금이다. 국가가 유해하다고 판단한 물품에 대한 납세자의 소비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소비세 규모를 훌쩍 넘어 조세 명목으로 징수하는 부담금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조세를 국가 등의 재정수요를 충족시키거나 정책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특별한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부과ㆍ징수되는 과징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에 따라 조세의 기능은 크게 ‘국가의 재정수요의 충족’과 ‘정책 목적의 실현’으로 구분된다. 죄악세는 정책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조세의 전형이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정책 목적의 조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상공업세는 사농공상 정신에 입각하여 농민이 상공업에 진출하는 것을 억제하였고, 흥선대원군은 은광개발 장려를 위해 은광 수입의 현물 납세량을 줄여주기도 하였다. 죄악세는 재정수입과 무관하게 특정행위를 제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정책 목적의 조세와 차이가 있다. 죄악세의 목적이 완전히 달성되면 그로 인하여 거두어 들이는 재정수입은 제로(0)가 된다. 과연 그러한 세금이 우리의 조세제도상 허용될 수 있는가? 그 해답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세금의 역사와 이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세금의 본보기인 소득세의 기원은 영국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은 나폴레옹 전쟁에 소요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1842년 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도입하게 되었다. 미국도 남북전쟁의 막대한 전비를 조달하기 위하여 1862년 최초의 소득세를 들여왔다. 당시 소득세는 환영을 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소득세 부과를 위해 국가가 시민들의 전반적인 경제생활을 감시해야 했고 이로 인한 사생활 침해문제로 큰 조세저항이 초래되었다. 이러한 불만을 잠재우고 조세부과를 정당화하기 위해 백가쟁명의 이론이 등장하였는데, 대표적 유형이 ‘이익설’과 ‘희생설’이다. 이익설은 국민의 세부담은 국가로부터 받는 이익의 정도에 대응하여 국민 각자에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응익과세의 견해이다. 사회계약론자 토마스 홉스는 “조세는 국가의 보호에 대한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보았고, 존 로크는 “조세는 용역에 대한 대가로서 이득세이다”라고 주장하였다. 반면, 현재 통설인 희생설은 국가는 그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당연히 국민에 대해 과세권을 가지고 국민은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다. 희생설은, 조세가 은사(donum)라는 선물 개념에서 시작했고 국가를 지원하는 도움(aid)나 부담(contribution)으로 발전했다가 최종적으로 희생의 개념인 강요(compulsion)로 정리되었다고 한다. 또한, 조세부담은 능력에 따라야 한다는 응능과세의 입장을 취한다. 미국의 홈스 대법관은 “조세는 문명 사회를 위하여 지불하는 대가이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응능과세 원칙에 따라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금은 공평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대부 아담 스미스는 담세력에 따른 세부담을 최초로 주장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조세평등주의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납세자의 담세능력에 상응하여 공정하고 평등하게 할 것을 요구한다”고 보았다. 개개인의 담세력에 상응하는 세금이 부과되어야만 정의롭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세금 부과를 정당화하는 개인의 담세력이란 무엇인가? 현행 세제와 이론 하에서 담세력은 크게 소득, 소비 그리고 재산으로 구성된다. 소비와 재산은 소득이 바뀐 모습이기 때문에 담세력 중 가장 중요한 원천은 소득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담세력 파악의 방법과 정도는 국가의 이념이나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담세력이 전혀 없는 곳에 과세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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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부과의 핵심근거는 담세력이고, 조세의 주된 목적은 어디까지나 재정수입 확보에 있다. 재정수입의 목표는 전혀 없고 국민의 행동을 억제할 의도만을 가지고 있는 조세를 이른바 ‘압살적 조세(Erdosselungssteuer)’라고 하는데 이러한 세금은 위헌이라는 데에 세계 각국의 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담세력의 근거 없이 조세를 마치 ‘전가의 보도’와 같이 활용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떠한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서는 형사처벌, 과태료 등의 다른 제재수단을 과하면 족하다. 죄악세가 추구하는 정책목표에는 공감하지만 조세의 이름으로 도입하는 문제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조세제도는 재정수입을 조달하고 소득을 재분배하며 사회정책적 기능을 수행하는 우리 사회의 마룻대와 대들보이다. 정책적 요소의 반영을 통해 조세제도의 순기능을 유지?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를 남용하여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중용의 미덕을 생각해볼 시점이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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