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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다 울리는 '발신자표시제한' 전화, 범죄입증 안되면 추적도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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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다 울리는 '발신자표시제한' 전화, 범죄입증 안되면 추적도 불가? (일러스트=아시아경제 이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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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대학생 A(25)씨는 최근 새벽 2시~3시 사이에 핸드폰으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았다. 힘들게 새벽에 깨어나 스마트폰을 확인할 때마다 '발신자번호표시제한' 표시가 떠있는 전화가 울렸다. 각종 여성 표적 범죄에 대한 뉴스가 많은 상황, 스토커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A씨는 괜히 자신의 목소리가 노출될까봐 전화를 받지 못했다. 결국 일주일이 지나도 계속되는 전화에 참지 못한 A씨는 경찰서로 갔다.

하지만 경찰서에서도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가 없었다. 발신번호 추적 등 수사가 시작되려면 범죄혐의를 입증할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화 당시 구체적인 성희롱이나 협박 등 범죄사실이 있어야 발신번호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A씨와 같이 전화를 피했거나, 발신자가 아무 말 없이 상대방의 목소리만 듣고 끊는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A씨는 자신이 가입한 통신사에 가서 '발신번호제한전화거부' 서비스를 신청했다. 해당 서비스를 신청하면 발신전화표시제한 전화가 자동으로 차단되긴 한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지들이 해외에서 국제전화, 회사, 건물 내 사설교환기를 통해 발신해 발신번호표시가 안되는 전화를 건 경우에도 차단될 수 있어 불편하다. 일부 유선전화나 국제전화의 경우에도 수신거부가 안될 수도 있다.

여성 대상 흉악범죄 및 스토킹 범죄가 크게 늘어나면서 A씨와 같이 발신자번호표시제한 서비스 전화로 인해 피해를 입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발신자번호표시제한 방법은 전화번호 앞에 *23#만 더 눌러주면 된다. 방식이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소방서나 경찰서에 허위신고를 하는 장난전화나 스토킹 범죄 등에 악용되곤 한다. 이에따라 서비스 자체를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발신자번호표시제한 전화의 발신자 번호를 수신자가 필요하면 통신사가 제공토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해당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사생활 보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원래 발신자번호표시제한 서비스는 지난 2001년 4월부터 통신사들이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서비스로 주 목적은 개인정보보호에 있었다. 1990년대말부터 휴대폰 보급이 크게 늘어나고, 발신자전화번호 표시(CID)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개인 휴대폰 번호가 무분별하게 노출됐고, 이를 통해 갖가지 스팸문자와 광고전화가 쏟아지면서 발신자번호표시제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었다.


결국 '양날의 칼'과 같은 발신자번호표시제한 서비스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해당 피해사실을 입증할 수 없는 발신자번호표시제한 전화에 시달릴 경우에는 통신사에 요청해 '발신전화번호강제표시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신청한 이후에는 상대방이 발신전화표시제한으로 전화를 걸어와도 전화번호가 표시된다. 아니면 아예 '발신번호제한전화거부' 서비스를 신청해 전화를 차단할 수 있다. 다만 이 서비스들은 유료서비스로 돼있고, 신청 이전 발생한 전화에 대해서는 번호를 추적할 수 없어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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