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아로나민·삐콤씨…1963년 첫 발매된 장수 브랜드
-반세기 넘게 국민 건강 지킴이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박카스, 아로나민, 삐콤씨.'
올해 나란히 쉰다섯살을 맞는 동갑내기 '장수 브랜드'다. 이들 제품은 1963년 첫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피로개선제 박카스(동아제약), 종합비타민 영양제 아로나민(일동제약)ㆍ삐콤씨(유한양행)가 올해로 발매 55주년을 맞는다.
박카스는 1963년 음료 형태로 판매된 이후 55년째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1961년 알약 형태로 처음 만들어졌으나 당시 알약이 녹아 내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고심 끝에 소비자 요구와 편의를 최우선으로 지금과 같은 마시는 형태로 개발하고, 당시엔 획기적인 TV 광고로 차별화를 꾀했다.
지난해까지 팔린 박카스는 약 200억병, 4조6200억원어치다. 박카스 병의 길이를 더하면 지구 60바퀴를 돌고도 남는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국내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제약사가 단일 제품으로 연매출 2000억원을 기록한 것은 박카스가 유일하다. 특히 2011년에는 의약외품으로 전환되며 약국을 벗어나 편의점, 슈퍼 등으로 판로를 넓혔다. 지난해 기준 박카스의 매출액은 2135억원으로 동아제약 전체 매출액(3918억원)의 54.5%를 차지했다. 여전히 알짜배기 효자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약국 영업 서비스를 강화하고 젊은 층과의 소통을 넓혀 브랜드 재활성화를 꾀해 지속 성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아로나민과 삐콤씨는 동갑내기 라이벌이다. 같은 해 시장에 나온 두 제품은 주성분이 비타민 BㆍC로 같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아로나민은 독창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내세웠다. 발매 초기인 1966년 김기수 선수의 세계 주니어 미들급 타이틀 매치를 활용한 프로모션 활동은 국내 스포츠마케팅의 효시로 여겨진다. '체력은 국력' '의지의 한국인'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캠페인 문구다.
자칫 중장년층 남성에게 집중될 수 있었던 브랜드 타깃을 젊은 층과 노년층, 여성으로 확대하며 브랜드 확장도 성공리에 마쳤다. 2000년대 들어 비타민 B군을 기본으로 처방을 달리한 다양한 시리즈 제품을 출시하며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힌 것이다.
아로나민은 지난해 연매출 741억원으로 2년 연속 일반약 브랜드 1위다. 일반약에서 의약외품으로 빠져나간 박카스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 55년간 소비된 아로나민은 약 87억정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약 170정을 먹은 셈이다. 아로나민 골드 1정(1.5㎝)을 가로로 길게 늘어뜨리면 약 13만여㎞로 지구 3바퀴를 훌쩍 넘는 거리다. 일동제약은 올해 아로나민 출시 55주년을 맞아 1등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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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영양제' 콘셉트를 내세운 삐콤씨는 이름 자체가 비타민 B와 C를 뜻한다. 1963년 출시 당시만 해도 비타민 B 복합제라는 의미에서 삐콤정으로 불렸다. 1960년대 가난과 영양결핍으로 많은 사람들이 비타민 B 결핍증에 시달리고 있을 때 양질의 비타민을 부담없는 가격에 복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 후 출시 24년 만인 1987년 비타민 C 성분을 더한 삐콤씨로 이름을 바꾸고 성분과 함량을 업그레이드하며 연평균 100만개가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127억원어치 팔리며 여전히 건재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수명이 급속히 단축되고 있는데 50년을 넘는 장수 브랜드가 여전히 회사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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