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술을 마시다 보면 같은 술을 마셔도 어떤 사람은 ‘쓰다’, 또 어떤 사람은 ‘달다’고 표현한다. 입맛이나 주량에 따라 술 맛을 다르게 느끼는 걸까? 사실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팀은 개개인의 유전자 특성과 알코올 맛의 선호도를 조사하기 위해 유럽계 남녀 93명을 참가자로 모집했다. 연구팀은 먼저 술 맛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려 16도의 술을 머금고 뱉은 뒤 느껴지는 술의 도수를 추정하라고 했다. 그 다음에는 알코올 농도 50%의 용액을 혀 뒷부분으로 맛보게 하고 그 느낌을 평가하라고 했다. 알코올 맛에 대한 민감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 결과 혀에서 쓴맛을 인식하는 감각기관 중 모든 사람이 2개씩 가지고 있는 ‘TAS2R38’라는 쓴맛수용체의 민감도에 따라 술맛을 느끼는 강도가 달랐다. 즉, 두 유전자가 모두 민감한 사람은 쓴 맛을 강하게 느끼고, 반대로 민감도가 낮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쓴 맛을 덜 느끼는 것이다. 만약 한 유전자는 민감하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면 그 중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논문의 저자인 존 헤이스 박사는 “두 유전자가 알코올 섭취와 관련이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각을 통해 에탄올을 인식하는데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새로 입증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구학적으로 봤을 때 인구 25%는 두 개 유전자 모두 민감하고, 25%는 두 유전자 모두 민감도가 낮으며 나머지 50%는 각각 하나씩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유전적인 원리를 미국인의 음주량 실태에 적용해 보면, 두 유전자 모두 민감한 사람은 1년에 134번, 각각 하나씩 가진 사람은 188번, 모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290번 가량 음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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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스 박사는 “따라서 알코올에 대한 쓴맛을 덜 느끼는 사람은 음주 횟수가 잦고 주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활용해 술과 관련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미리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코올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술맛이 쓰든 달든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을 보여 쓴맛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어떤 사람을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환경적인 요인도 사람들의 음주 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다”며 “다만 환경이나 문화 등 후천적인 요소들보다 선천적인 요소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놀랍지 않나”고 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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