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미는 혀에서 시작해 뇌의 해석까지 마쳐야 느낄 수 있는 종합예술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음식의 맛은 혀로 느낀다는 표현은 정확한 것이 아닙니다. 맛을 느끼기까지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혀, 코, 입안의 감각, 눈, 귀 등 감각기관이 총동원돼 저마다 수집한 정보를 뇌로 보내면 뇌가 축적한 기억과 받은 정보를 조합해 판별합니다. 그러니까 맛은 뇌가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나 맛을 느끼는 과정의 시작은 혀와 연구개(물렁입천장)에 있는 미뢰에서 시작됩니다.
양파 모양의 미뢰는 50~100개 정도의 맛세포가 있는데 각각의 맛세포들은 손가락 모양의 미세 융모를 갖고 있습니다. 음식 속의 다양한 맛 분자들이 미뢰와 접촉해 미뢰에 들어가면 맛세포의 미각 수용체와 만나 맛 분자의 정보는 전기신호로 변환돼 신경을 따라 뇌로 전달됩니다.
맛세포가 감지해 뇌로 전달된 맛 분자의 정보는 뇌간을 거쳐 미각피질에 도착합니다. 미각피질에는 다섯 가지 기본 맛에 대응하는 부위가 각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차 미각피질에서는 맛을 감별하고, 제2차 미각피질에서 정보와 기억을 종합해 맛을 음미하게 되는데 이 최후의 과정을 '풍미(風味·flavor)'라고 할 수 있습니다.
풍미는 원래 음식의 맛과 향을 합해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맛과 향뿐만 아니라 오감을 통해 뇌가 최종적으로 해석하는 맛을 의미하는 말로 바뀐 것입니다. 혀를 통해 감지하는 것을 '맛(taste)', 뇌에서 해석해 인지하는 맛은 '풍미'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맛의 인지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뇌가 풍미를 어떻게 느끼는지 연구하는 '신경미식학(neurogastronomy)', 맛에 대해 보다 과학적인 연구를 하는 '분자미식학(molecular gastronomy)' 등 다양한 학문 분야도 탄생했습니다.
풍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보는 냄새입니다. 냄새는 숨을 쉴 때 코를 통해 직접 신경에 도달하거나 입에서 뒤쪽으로 이동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신경계에 도달합니다. 후각말초신경은 콧구멍에서 상당히 멀리 있어 코로 숨을 들이마시거나 입에 있는 음식을 삼켰을 때 가장 큰 자극을 받는다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냄새에는 음식으로부터 나오는 향 분자가 코로 직접 들어와 냄새를 감지하는 세포와 반응하는 경우, 음식을 씹고 삼킬 때 음식의 냄새 분자가 입안에서 코로 들어가 냄새 세포를 자극하는 경우 등 두 가지가 있습니다.
사람의 뇌는 코로 직접 맡은 향기(aroma)와 입안에서 코로 들어가 느껴지는 냄새(flavor)를 다르게 인식합니다. 결국 풍미는 이 모든 과정을 종합해 만들어낸 종합예술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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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미는 5개의 기본 맛과 그 외의 맛을 함께 느끼는 것입니다. 사과 맛이란 단맛과 신맛 등이 조합된 맛인데 여기에 사과의 향이 더해져 뇌가 다른 음식과 구별할 수 있는 '사과맛'을 기억하게 되는 것입니다. 바나나·딸기 같은 과일, 견과류, 우유, 일부 채소 등은 요리하지 않아도 그대로 먹을 수 있는 풍미가 있습니다. 다른 음식들은 조리의 과정을 거쳐 풍미를 갖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특정 풍미에 대한 선호나 기피는 후천적으로 획득된 행동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의 풍미는 서로 다르고, 또 바뀔 수도 있는 것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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