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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아프리카의 에어컨 없는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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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아프리카의 에어컨 없는 쇼핑몰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 있는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지붕에 굴뚝 많은 건물).[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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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무더운 아프리카에 에어컨이 없는 대형 쇼핑몰이 있습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자국 통화 대신 미국의 달러를 사용하는 국가인 짐바브웨지만 친환경 건축물인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Eastgate Centre)' 만큼은 자랑거리입니다.

짐바브웨 출신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고 있는 건축가 믹 피어스(Mick Pearce)가 설계해 1996년 준공한 10층 규모의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는 같은 규모의 건축물에 비해 사용되는 전력량은 10%에 불과합니다. 건축기술보다 자연의 대류현상을 건축에 접목한 '물리학 건축'이어서 다른 건축가들이 롤모델로 삼는 대표적 건축물입니다.

[과학을 읽다]아프리카의 에어컨 없는 쇼핑몰 건축가 믹 피어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믹 피어스는 1990년 어느 날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 에어컨이 없는 쇼핑센터를 지어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평균기온 섭씨 40도에 달하는 아프리카 내륙 번화가에 에어컨이 없는 쇼핑센터를 지어달라는 건축주의 황당한 요구. 막막해하던 피어스는 한 생물학자가 주장한 흰개미집 환기시스템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과학을 읽다]아프리카의 에어컨 없는 쇼핑몰 아프리카의 초원이 주 서식지인 흰개미들의 집. 큰 것은 6m에 달한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흰개미집은 통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표면의 수많은 구멍으로 바깥과 연결됩니다. 흰개미는 주요 생활공간을 집의 아래쪽에 두고 비교적 시원한 공간에서 생활하기 위해 집을 탑처럼 높이 쌓아 올려 큰 집은 최대 6m에 달합니다. 생활공간에서 발생한 더운 공기는 대류 현상에 따라 개미탑의 위쪽 구멍으로 밖으로 빠져 나가도록 하기 위해 되도록이면 높이 탑을 쌓아 올리는 것입니다. 더운 공기가 빠져나간 내부 생활공간에는 개미탑 바닥의 구멍을 통해 선선한 새 공기가 들어옵니다.


[과학을 읽다]아프리카의 에어컨 없는 쇼핑몰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의 통풍 구조를 설명한 그림. 대칭형 두 건물 사이의 공간이 로비 겸 대형 공기통 역할을 한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흰개미는 개미탑의 위아래에 뚫어 놓은 구멍들을 여닫는 방식으로 공기의 흐름을 조절, 개미탑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흰개미의 이런 환기시스템은 한낮에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가고, 밤에는 영하에 육박할 정도로 밤낮의 일교차가 심한 아프리카 초원의 강자로 살아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흰개미집은 언제나 섭씨 29~30도 정도로 따뜻하게 유지되는데, 사냥을 하면서도 안락한 내 집이 있다는 사실은 흰개미들에게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흰개미집 환기시스템을 모방한 피어스의 설계 핵심은 '공기의 순환'이었습니다.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의 꼭대기에는 63개의 통풍구를 설치해 더운 공기가 빠져 나가게 하고, 맨 아래층 바닥에도 수많은 구멍을 뚫어 지하의 차가운 공기가 쇼핑센터 내부로 들어오도록 한 것입니다.


[과학을 읽다]아프리카의 에어컨 없는 쇼핑몰 이스트게이트몰을 옆에서 본 모습. 같은 구조의 건물 2동을 지붕이 덮어 하나의 건물을 이루고 있는 형태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울러 같은 건물 2동을 대칭형으로 세우고 두 건물의 가운데를 통으로 비워 건물 한동과 맞먹는 크기의 초대형 '공기통(로비·홀)'을 둡니다. 그리고 두 건물의 꼭대기는 유리재질의 캐노피로 천장을 만들어 하나의 건물로 합칩니다. 가운데 공기통에는 소용량의 선풍기를 설치해 양쪽 건물로 공기를 보내고, 지하에 뚫린 구멍에서도 찬공기가 쉼 없이 유입됩니다. 내부의 더운 공기는 대류 현상에 따라 밀려 올라가 꼭대기 통풍구로 빠져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흰개미들이 개미탑의 구멍을 조정해 온도를 조절하듯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도 건물 곳곳에 설치된 환기구를 여닫아 내부 온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과학을 읽다]아프리카의 에어컨 없는 쇼핑몰 이스트게이트몰의 내부. 양쪽 건물에 상가들이 입점해 있고 가운데는 보이는 것처럼 빈 공간이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이런 '단순한' 설계로도 쇼핑센터는 한 여름 뜨거운 한낮에도 섭씨 24도의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열사의 땅 아프리카에서 냉방문제 하나가 해결된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동일한 규모의 건축물의 10%에 불과합니다. 연간 350억 원 가량의 비용이 절감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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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스는 호주 맬버른의 시의회 청사도 흰개미집의 원리를 적용해 설계했습니다. 전기 85%, 가스 87%, 물 28%가 절약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건축물을 지을 수 없을까요? 여름과 겨울의 혹독한 기후차 때문에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 같은 건물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 환경에 딱 맞는 한옥과 온돌이 있습니다. 흰개미집과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를 능가하는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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