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압박]문 대통령 "불합리한 보호무역 WTO 제소…당당하게 대응"(종합)

"안보 논리와 통상 논리 달라"…한미FTA 개정 적극 대응도 시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이민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미국의 통상 압박과 관련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WTO(세계무역기구) 제소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하게 대응해 나가고,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철강, 전자, 태양광, 세탁기 등 우리 수출품목에 대한 미국의 수입 규제로 해당 산업의 국제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수출 전선의 이상이 우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 취임 후 공개 석상에서 미국의 통상 압력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남북정상 회담을 위해서 미국과의 공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미관계에 균열을 초래할 수도 있는 통상마찰 문제에 대해 '당당하고 결연'한 대응을 요구한 것은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요구가 부당하고 통상 문제와 직결돼 있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불공정하다는 인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는 "우선 대통령 생각은 안보와 통상의 논리는 다르고 서로 달리 궤도를 가져가시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번째는 지금 북핵 문제가 걸려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한미FTA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을 갖고 계신다"며 "이미 대선 후보시절부터 한미FTA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씀해 오셨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같은 경우에는 FTA가 최상위법으로 돼 있어서 모든 법에 FTA가 우선으로 적용되는데 미국은 어느 연방법이든 (국가 간에)양자 체결을 하더라도 얼마든지 번복할 수 있는 체계"라며 "이 체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던 차에 이 문제가 나오니 공개적으로 논의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마찰이 한미 공조에 악영향 미칠 수밖에 없는데 그걸 감수하더라고 통상을 지키겠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두 개의 논리가 다르다"며 "안보는 안보 논리로 가는 거고 통상은 통상대로 가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당당하게 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수출 증가는 경제 회복에 크게 기여했지만, 최근 환율 및 유가 불안에 더해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정부는 그런 조치들이 수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와 같은 도전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우리가 많은 도전을 이겨냈듯이,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노력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혁신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의 적극적인 추진을 통해 수출을 다변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최고 5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3일 외국산 세탁기ㆍ태양광 제품을 대상으로 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발동을 결정했다.